"'원전 슈바이처' 죽음 헛되이말라"…日시민들, 외딴병원 지켰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 원전사고 지역에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외딴 병원의 폐원을 막아냈다.
18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福島)현과 후타바(雙葉)군 주민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후타바군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병원인 다카노(高野)병원에 후쿠시마 현립 병원의 의사를 상근 파견하기로 했다.
다카노 병원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30㎞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이 곳에서 정부의 피난 권고에도 유일한 상근의로 남아 진료에 전념하던 다카노 히데오(高野英男·81) 원장이 작년말 화재로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다카노 원장이 환자들을 두고 갈 수 없다며 피난을 하지 않고 병원 부지 내의 사택에서 머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을 돌봤다는 사연이 알려졌고, 이후 일본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병원은 다카노 원장의 사망 이후 문을 닫아야할 처지가 됐다. 일본 의료법상 병원 운영을 위해서는 상근 의사가 1명이라도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다카노병원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자원봉사를 할 의사들을 모았지만, 상근 의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사연을 들은 30대 남성 의사가 3월까지 상근 의사를 맡겠다고 자원했지만 4월 이후에는 상근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지자체와 주민들이 병원을 존속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결국 후쿠시마현이 후쿠시마 현립병원의 의사를 파견하고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상근 혹은 비상근으로 병원에 근무할 의사들에 대한 인건비와 설비 비용도 보조하고 자원봉사로 병원에 오는 의사에 대해서도 교통비와 숙박비를 대기로 했다.
후쿠시마현은 "다카노병원은 피난 지시가 나온 뒤에도 진료를 계속하며 큰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병원이 문을 닫으면 전에 이 지역에 살던 사람이 귀향하는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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