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한 목장일까, VIP 아방궁일까…최순실 평창 땅 용도는
도사리·이목정리 땅 소유…별장 짓는다면 이목정리가 '제격'
(평창=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소유한 강원도 평창 땅에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지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땅의 진짜 매입 목적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를 노린 것인지, 딸 정유라 씨의 목장을 위해 사들인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짓기 위함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에 땅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에는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최 씨는 현재 평창 용평면 도사리 일대 23만431㎡(6만9705평, 10필지)를 딸과 함께 공동 소유하고 있다.
10개 필지인 이 땅은 임야 11만410㎡(약 3만3399평), 목장 용지 6만8589㎡(약 2만748평)로 현재 7억∼10억원 가치로 평가받는다.
땅은 2004년 최 씨와 전남편 정윤회 씨가 70%대 30% 지분으로 사들였다.
이후 2011년 정 씨가 딸에게 지분을 증여하고 최 씨도 지분 20%를 주면서 최 씨 모녀가 절반씩을 가지고 있다.
최 씨는 도사리 땅과 직선거리로 3.5㎞ 떨어진 이목정리 무수정골 인근의 땅 1만8천713㎡(5천670평, 8필지)도 소유하고 있다.
최 씨는 이 땅을 2002년 7월 24일 공동 소유 없이 원소유자로부터 일거에 사들였다.
도사리 땅과 마찬가지로 땅의 가치는 높지 않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2억9천800여만원으로 3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애초에 이목정리 땅을 말 목장과 승마체험장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입지가 좋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도사리 일대에 땅을 사들였으나 이 땅 역시 입지가 좋지 않고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말 목장 조성이 중단됐다.
실제 도로포장 상태만 봐도 도사리 땅은 중형차 한 대가 꽉 찰 정도로 좁은 길을 따라 3㎞가량을 올라가야 나온다.
포장된 도로가 절반 정도 이어지다 그 이후부터는 비포장도로다.
이목정리 땅은 더 심하다. 아예 비포장도로에 눈이 오면 4륜 차도 못 올라간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10여 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붐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도사리 땅은 진입로가 협소하고 교통도 어중간해 시야도 나빠 전원주택지로도 가치가 없고, 이목정리 땅은 도사리보다 길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올림픽 특수 지역으로 알려진 대관령면과 진부면과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별장을 짓는다면 이목정리 땅은 나쁘지 않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목정리 땅의 위치가 영동고속도로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언덕 지역으로 조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존도로에서 최 씨의 땅으로 들어가는 200m가량의 도로만 포장·확장하면 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 땅은 최 씨가 사들이기 이전에도 별장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이목정리 땅을 애초에 말 목장과 승마체험장으로 사들인 후 여의치 않자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지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목장으로 본다면 도사리가 이목정리보다 낫지만, 별장으로 본다면 이목정리가 도사리보다 4∼5배는 가치 있는 땅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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