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종교개혁 당시 폭력 500년 만에 사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국교인 성공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의 분열과 종교개혁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한 폭력에 대해 참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공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존 센터뮤 요크 대주교는 18일부터 시작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 주간을 맞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개신교도(프로테스탄트)들은 교회의 영구적인 분열을 초래한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참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성공회가 종교개혁과 관련해 참회 성명을 발표한 것은 교회 창설 후 500년 만에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 세계 모든 기독교 교파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명은 "교회의 분열이 교회의 단합에 지속적인 손상을 초래했으며 이는 예수의 가르침과 모순되는 것으로 불신과 경쟁의 유산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이러한 참회가 다른 교회에 손을 내밀고 그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으로 연결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00년이나 뒤늦게 발표된 성공회의 사과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가톨릭과 개신교 양대 교회가 과거의 과오에 대해 참회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추가적인 징후로 보인다고 BBC는 평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가 양 교회 간 정상회담 50주년을 맞아 로마에서 공동미사를 주재한 바 있다.
1517년 10월 독일의 수도사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종교개혁과 이에 따른 기독교의 분열은 수세기에 걸쳐 교회 간의 유혈 폭력으로 이어졌다.
성명은 따라서 성공회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영국 내 과도한 폭력에 대해 사과했다.
영국은 튜더 왕조의 헨리 8세가 로마가톨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시 유럽대륙에서 일고 있던 종교개혁을 틈타 영국 국교인 성공회를 출범시켰다. 종교적인 이유보다 왕조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이후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기까지 영국 내 가톨릭교도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이 벌어졌고 메리 여왕 시절에는 반대로 비(非)가톨릭 교도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다.
헨리 8세의 아들인 에드워드왕 시절에는 영국 내 예술 및 조각품 가운데 90%가 파괴되는 지금의 이슬람국가(IS)를 방불케 하는 만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성명은 이 과정에서 영국 왕실의 무자비한 가톨릭교도 처형을 정당화, 합법화한 성공회의 연루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공회의 사과성명은 종교개혁의 어두운 단면을 직시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성공회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지적했다.
영국 내 학교 교과과정에는 성공회 탄생에 따른 엄청난 폭력 역사가 다뤄지지 않고 있어 종교개혁이 일반인의 생활에 안겨준 트라우마의 영향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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