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속 세살배기 아들 차에 방치…도박장 간 伊남성 징역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올 겨울 이상 한파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한 남성이 강추위 속 세 살배기 아들을 차 안에 방치한 채 도박을 하다 쇠고랑을 차게 됐다.
17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로마 지방법원은 어린 아들을 차에 두고 내린 뒤 인근 바에서 슬롯머신 게임을 한 마르코 알레산드로(34)에게 아동 방임 혐의로 3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전기공이자 네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올 겨울 추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 9일 새벽 3시께 로마 인근의 해안도시 오스티아의 한 바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길에 세워진 차 안에 어린아이가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한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인근 바에서 슬롯머신으로 포커 게임을 하던 이 아이의 아버지를 붙잡았다.
영하 5도까지 내려간 날씨에도 내복만 입고 있던 이 아이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자동차 좌석에서 깡총깡총 뛰다가 지나가던 행인의 눈에 띈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가 타고 있던 차는 설상가상으로 깨진 뒷 유리창을 천으로 간신히 가려놓은 상태라 냉장고를 방불케 할 만큼 썰렁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아들을 방치한 채 도박에 빠져있던 비정한 아버지는 "친구와 인사하러 바에 들어갔고, 게임을 한 시간은 약 15분에 불과했다"고 항변하며 가택 연금을 주장했으나, 법정은 자칫하면 아이가 죽을 수도 있었던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엄벌을 내렸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약 130만 명이 도박 중독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작년 9월 주요 도박 창구로 인식되는 슬롯 머신 단속 계획을 수립, 식당과 호텔 등에서의 슬롯 머신 전면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 바와 뉴스 판매점에서 운영하는 슬롯 머신의 숫자도 줄이고, 운영 시간 역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까지 이탈리아 도시 중에서는 나폴리 인근의 남부 카프리 섬의 아나카프리 시가 작년 여름 주민투표를 거쳐 전국 최초로 슬롯 머신을 지역에서 완전히 퇴출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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