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돈 새는데 문체부·전경련은 '뒷짐'
'개점휴업'인데도 매월 수억원 지출…문체부 "전경련이 재단 해체해야"
전경련 "오해받을까 못 움직여"…해체 위기에 의지 상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여전히 운영비 등 명목으로 매월 수억원을 쓰고 있다.
그러나 관리·감독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재단 자금이 줄줄 새어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작년 11월 한 달 동안 1억6천여만원을 지출했다.
임직원 급여가 5천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용역료 지급과 법인카드 결제에 각각 2천559만원, 514만원을 썼다.
홍보영상 제작(829만원), 렌터카(402만원), 직원 통신비(69만원) 등 더는 문화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재단에 필요 없어 보이는 비용이 지출됐다.
임직원이 상임이사 2명에 직원 7명에 불과한 K스포츠재단은 작년 11월 급여 6천744만원과 이사장의 제네시스 렌트비 120만원 등 총 1억2천137만원을 지출했다.
언론조정신청을 위한 변호사 착수금(880만원)과 사무실 식물관리서비스(27만5천원) 등 사업과 관련 없는 지출도 있었다.
문체부는 두 재단에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는 등 관리 감독을 엄격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작년 12월에도 직원들이 만류할 때까지 해외 태권도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임기 마지막 날에는 사업기획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각각 연봉 8천200만원에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일각에서는 문체부가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출연금 전액을 국고로 환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민간재단인 만큼 설립 주체인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재단을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검 수사에서 명백한 불법성이나 하자가 확인되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회원사의 연이은 탈퇴로 해체 위기에 처한 전경련은 두 재단을 챙길 여력도 의지도 없다.
전경련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서는 게 논란만 키울 뿐 적절치 않다며 재단 운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전경련 본부장이 1명씩 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지금은 우리가 뭘 해도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강압으로 낸 돈이 재단 취지대로 사용되기는커녕 운영비로 새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은 53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출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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