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하고서 "데려올 수 있다"…끝까지 발뺌한 남편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박영서 기자 =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태워 땅에 묻은 남편 한모(53)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타고 남은 아내의 시신' 등 결정적인 발견되기 전까지 끝까지 발뺌했다.
모든 정황 증거가 자신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음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심지어 "나를 보내주면 아내를 찾아올 수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유력 용의자로 남편 한 씨를 지목해 추적했다.
실종신고가 들어오기 전날인 지난 2일 김 씨가 "새아빠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고, 그가 실종됐던 춘천의 한 공원묘지 폐쇄회로(CC)TV 분석결과 한 씨의 차량이 공원묘지로 들어갔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내가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도착한 남편, 아내 도착 후 25분 뒤 빠져나간 남편의 차량, 현장에서 발견된 아내의 혈흔은 경찰이 남편 한 씨를 용의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근거였다.
한 씨는 게다가 이날 밤늦은 시각 홍천의 한 셀프세차장에서 세차용 압력분무기로 자신의 뒷좌석에 물을 쏘아댔다.
차량 외부에 뿌려야 할 물을 내부에다 들이붓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자신의 차량에 남은 아내의 혈흔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경찰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지자 4일 차량을 버리고 도주를 이어갔다.
사건 발생 일주일만인 9일 경찰에 검거된 후 "묘지에서 아내와 다툰 뒤 자신은 먼저 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혈흔에 대해서도 "다툼 때 때린 것은 사실이나 차에서 내려준 뒤에는 행방을 모른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발견된 살해 현장인 공원묘지 주변 길가와 벤치, 아내의 차량에서 발견된 혈흔은 단순 폭행으로 볼 수 없는 정도의 양이었다.
작정하고 오랜 시간 폭행하거나 둔기나 흉기 등으로 상해를 가했을 상황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실종 신고 이후 10여 일이 지나도록 김 씨를 발견했다는 목격자가 없었다.
폭행 치료를 위한 병원 진료기록 등 아무런 행적이 없다는 점은 경찰이 한 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결국, 경찰이 타고 남은 아내의 뼛조각 일부와 아내의 혈흔이 묻은 소지품, 한 씨가 피운 담배 등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자 그제야 범행을 인정하며 '시신 없는 살인'이 될뻔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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