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썩을 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들어라 비겁하고 악한 자들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배우 조승우는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기억나는 작품 속 가사나 노래가 있느냐는 질문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한 소절을 객석에서 무반주로 불렀다.
그는 "특별히 의도를 갖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를 외치는 그에게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한 '맨 오브 라만차'는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꿈꾸는 백발 기사의 여정을 그린 작품.
사회를 본 뮤지컬 배우 이건명도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이,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그리는 오늘이다"고 답해 암울한 시국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처럼 광화문 광장에 '블랙 텐트'를 세운 연극계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들도 현 세태 비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뮤지컬 '오! 캐롤' 배우들은 작년 말까지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대사를 극에 넣기도 했고, 변정주 연출과 뮤지컬배우 30여명이 함께 한 '시민과 함께 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아예 촛불집회에 나가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노래('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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