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연속성…넥센, '히어로즈맨' 사장·단장·감독 체제로
'넥센 초창기 멤버'가 프런트·현장 수장으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화려한 스펙 보다 구단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모두 지켜본 '자수성가형' 인물을 수장으로 내세웠다.
감독에 이어 구단 사장과 단장을 내부 인사로 교체한 넥센이 내세운 새 인물 선임 이유는 '연속성'이다.
넥센은 16일 "고형욱(46) 스카우트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고 단장은 현역 시절에는 빛을 보지 못한 '야구 선수' 출신이다. 10개 구단 단장 중 가장 젊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화려한 스펙'은 쌓지 못했다.
그러나 넥센 구단 관계자는 "고 단장은 팀 초창기인 2009년부터 히어로즈 스카우트로 일하며 한현희, 조상우, 김하성 등 팀 주축 선수로 성장한 유망주들을 발굴했다"며 "긴 안목을 가지고 팀이 성장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스카우트 등 팀 운영 전반적인 부분에서 수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센은 단장 선임 전에도 '깜짝 인사'를 했다.
지난해 10월 코치 생활도 하지 않은 장정석(44) 감독을 1군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올해 1월 13일에는 경영보좌 자문역을 맡고 있던 최창복(53) 본부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주식회사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며 구단주 역할을 하지만, 올해부터 KBO 사장단 모임인 이사회에는 최창복 사장이 참석한다.
프런트 생활만 12년을 한 야구인과 단장을 거치지 않은 내부 인사를 사장에 올려놓은 파격 인사는 야구계에서 화제가 됐다.
타 구단의 인사를 평가하지 않는 건 야구계 불문율이다. 이 때문에 각 구단 관계자들은 평가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움직임에는 주목하고 있다.
이장석 대표이사가 일선에서 물러난 건 외부 요인도 있다. 이 대표가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창복 사장 선임 보도자료에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각 구단을 포함한 KBO리그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해 자숙의 의미로 KBO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넥센이 중점을 둔 건, 연속성이다.
"화려한 스펙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외부 인사보다 구단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인물의 내부 승진이 장기 플랜을 지닌 넥센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라는 게 사장, 단장, 감독 선임의 공통적인 배경이다.
장정석 감독은 히어로즈가 태동할 때 2군 매니저였고,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을 거치며 일선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창복 사장은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가 창단한 1996년부터 야구단에서 일했고, 히어로즈 창단 후에는 운영팀장, 운영본부장을 거쳐 경영보좌 자문역을 맡으며 구단이 내외부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형욱 단장은 스카우트팀에서 일하며 육성시스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장석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히어로즈의 방향을 설정하는 건 여전히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인사'를 각 부문 수장으로 택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KBO리그에 뛰어들어 '자립형 구단'의 꿈을 키워왔다.
이런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몇몇 구단도 넥센의 마케팅 기법 등에는 관심이 많다.
각 부문 수장들을 '내부 직원 출신'으로 꾸린 2017년 넥센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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