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충돌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반(反)기득권·포퓰리즘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그 대척점에서 자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메르켈 총리의 가치관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대표적 업적이지만 아킬레스건으로도 불리는 난민정책을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메르켈 총리는 모든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아무 곳에서나 모두 받아들였다"면서 "몹시 나쁜 실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거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등 반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펴고 있으며 2015년에 100만명에 가까운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독일이 정책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럽연합(EU)을 두고는 "독일을 위한 수단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저평가와 의구심을 쏟아내면서도 "메르켈 총리를 매우 존경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은 잊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시간에 트럼프의 취임 뒤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보호무역주의를 철저히 경계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했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 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트럼프의 집권과 함께 폐기 절차를 밟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모든 이가 각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더 장점이 많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언급하며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주요 20개국(G20) 지도자들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각국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게 아니라 협력과 공동의 질서, 금융 시장의 규제 요구에 기반한 반응이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같은 공조를 통해 난국을 해결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런 기조를 토대로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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