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도 못 뜬 1천300억짜리 '울산고래등대' 볼 수 있을까
막대한 재원, 불안한 사업성, 항만계획 변경 등 불안요소 가득
지자체장 공약이지만 임기 내 착공 어려워…'민자유치'도 회의적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 장생포에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형 고래등대'를 짓는 사업이 애초 우려대로 쉽지가 않다.
'울산 관광산업을 도약시킬 랜드마크'라는 기대와 함께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막대한 재원, 불투명한 사업성, 지난한 절차 등에 발목이 잡혀 "실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래등대 건립은 고래를 주제로 하는 높이 150m짜리 등대를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에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등대에 전망대와 호텔을 접목하면 체류형 관광시설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서동욱 남구청장이 민선 5기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워낙 규모가 크고 관련 절차가 복잡한 사업이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부지 확보 여부가 관건이었다.
남구는 현재 현대미포조선이 선박블록 제작공장으로 사용하는 9만8천여㎡의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가 최적지이자 유일한 장소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부지는 국유지인 데다 운영권이 울산항만공사에 있어서, 남구는 항만당국이나 공기업의 결정에 목을 매는 처지였다.
지난해 6월 항만공사가 이 부지를 관광·상업시설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남구의 숨통이 트였다.
항만재개발은 대상 시설에 제한 없이 상업·숙박·관광 등 건축법상 모든 시설 설치가 가능한 방식으로, 고래등대를 건립하려는 남구의 계획과도 부합한다.
남구는 부지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마련되자 여세를 몰아 '고래등대 건립 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남은 과정이 절대 녹록하지 않다.
타당성 용역부터 애초 계획보다 수개월 지연된 올해 5월 완료될 예정이다.
그나마 이 용역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대만 부풀렸던 사업이 허무하게 무산될 수 있다.
물론 지자체 역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명분 쌓기용'으로 자주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용역 단계에서 사업이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받아들어도 험로는 여전하다.
항만공사에 따르면 고래등대 예정지를 항만재개발 목적으로 활용하려면 우선 해양수산부가 항만기본계획부터 수정해야 한다. 항만기본계획이 수정되면 이후 항만재개발 사업시행자 선정 과정을 통해 비로소 착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타당성이 있다'는 지자체 용역 결과만 믿고 항만기본계획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호텔형 고래등대를 비롯해 9만8천㎡ 전체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 재원 마련 대책, 경제성 등이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고래등대는 전체 부지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즉 고래등대를 어떤 형태로 건립할 것인지, 나머지 공간에 무슨 시설을 유치할 것인지, 사업비 조달은 가능한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청사진을 남구가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모든 절차가 막힘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실제 항만기본계획 반영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선 5기 구청장 최대 공약사업의 현실화는 아무리 빨라도 다음 임기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재원 마련이나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적지 않다.
남구는 2015년 시행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고래등대 건립에 약 1천3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견적을 받아들었다. 기초단체가 조달하기 어려운 규모로, 결국 민자유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를 두고 비록 장생포가 과거 고래잡이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관광지로 도약했지만, 공단과 항만으로 둘러싸인 소규모 어촌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수익을 꾀할 자본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남구 관계자는 14일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고래등대 성공 가능성이나 사업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호텔형 등대와 이를 지원하게 될 주변 시설들이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가 이 사업 추진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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