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고향집 찾은 아베…필리핀식 아침 들며 '신뢰 구축'
두테르테, 모기장 있는 개인 침실까지 보여주며 아베에 호의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3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고향 집을 찾는 이색 행보를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다바오 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이다. 이곳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6월 취임 전까지 22년간이나 시장을 지냈다.
이번 일정과 관련,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아베 총리의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두테르테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 정부 출범 이후 필리핀은 물론 두테르테 대통령 고향 집을 방문한 첫 번째 외국 정상이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필리핀 전통음식으로 약밥과 비슷한 비코, 떡의 일종인 푸토와 쿠친타 등을 아침 식사로 대접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인 허니렛 아반세냐가 이들 음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반세냐는 최근 현지 언론에 "아베 총리 부부를 위해 가벼운 음식을 준비할 것"이라며 "모두 고유의 음식이자 다바오 음식"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래된 모기장이 있는 자신의 침실까지 아베 총리에게 보여주며 친밀감을 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호텔에 머물 때조차도 모기장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을 빚는 것과 달리 아베 총리는 필리핀과의 우호 관계 유지에 애쓰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통 우방인 미국과 군사협력을 축소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사실상 묵인하는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 일본, 필리핀이 구축해 온 '반중 연대'의 추가 균열을 막고 조속히 봉합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아베 총리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0조 원 이상의 경제 지원 계획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푼 것도 그 맥락이다. 아베 총리는 필리핀 마약중독자 재활치료를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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