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도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빅3 생보 모두 '백기'(종합)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입장 표명을 보류했던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버티던 삼성·한화·교보 등 3대 생명보험사 모두가 금융당국의 지급 결정에 부분적으로나마 따르게 됐다.
하지만 보험금이 아니라 위로금을 주는 것이라고 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는 대신 자살예방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자살보험금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지급 대상은 2012년 9월 6일 이후 청구된 미지급 건으로, 약 400억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업계에 자살보험금의 지급을 권고한 2014년 9월 5일로부터 소멸시효인 2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이 2012년 9월 6일이어서 이 시기 이후를 지급 대상으로 판단했다고 삼성생명은 설명했다.
보험사에 기초서류(약관) 준수 의무가 법제화된 2011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5일 사이 미지급 건에 해당하는 자살보험금 200억원은 자살예방사업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미지급 건에 대해 내놓기로 한 금액은 모두 600억원으로, 전체 미지급 보험금 1천60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2011년 1월 24일 이후부터는 보험사가 고의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지급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이 해당 보험사를 제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3대 생보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2011년 1월 24일 이후 미지급 건 전체에 대해 보험금을 주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주부터 지급 절차에 들어갔고 교보생명은 다음 주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3대 생보사는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들어 그동안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왔으나 강력한 제재를 앞세운 금융당국에 모두 백기를 든 셈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인허가 등록 취소와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압박했다.
3대 생보사가 모두 일부라도 자살보험금을 주기로 했으나 이는 제재를 피하려는 조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미지급 건에 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금감원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2011년 1월 24일 시점 이후만 주기로 한 점이 그 방증이다.
3사가 주겠다고 밝힌 액수는 모두 1천억원(자살예방사업비 포함)으로 3사의 전체 미지급 보험금 3천792억원에 견줘 3분의 1도 안된다.
게다가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에 보험금을 주겠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보험금이 아닌 위로금이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거슬러 자살보험금을 주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랬다고 교보생명 측은 항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체적인 판단으로 지급 대상을 2012년 9월 6일 이후로 수립했음에도 금감원의 제재를 의식해 2011년 1월 24일∼2012년 9월 5일 미지급 건은 자살예방사업에 기부하겠다는 '묘수'를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제재 수위를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금감원이 3사의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결정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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