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경 이사장 "정의와 진실 동반한 프로그램에 한몫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온 나라를 마비시킨 '최순실 게이트'가 웬만한 TV 드라마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김운경(63)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속극 애청을 비판하면서 방송작가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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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경 이사장은 월간 '방송작가' 신년사에서 "어이없고 저열한 순실의 시대. 온갖 정치적 음모와 사술, 협잡, 몰상식이 판을 쳤다"면서 "우리에겐 이 저열한 순실의 시대를 새로운 각성의 시대로 자리매김해야 할 작가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방송작가들 사이에서 이런 시국에 드라마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가 나오는데, 김 이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작가들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진정 새 시대를 만드는 것은 우리 방송작가들의 몫"이라며 "정의와 진실을 동반한 프로그램에 한몫하겠다는 작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40~50년대 미국을 휩쓴 매카시 광풍에 맞섰던 CBS 앵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굿나잇 앤 굿럭' 속 대사를 인용했다.
"대중은 골치 아픈 것을 싫어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군요. 그런 결론에 반대할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고요. TV는 단순한 오락기계가 아닙니다. 때로는 가르치고 계몽하고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없는 한 TV는 영원한 바보상자로 전락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다.
김 이사장은 또한 "대통령의 얼굴에 대고 보톡스냐? 프로포폴이냐? 필러냐를 따져 물어야 하는 이 슬픈 나라. 불행한 국민…(중략) 대통령이 저녁마다 보는 것은 경제학 서적이 아닌 TV연속극. 저도 TV 연속극을 써왔던 작가지만…그야말로 공포에 가까운 전율이 일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 전 차병원그룹 건강검진센터 차움의원을 이용하면서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가명으로 써 불거진 각종 의혹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한지붕 세가족' '서울 뚝배기' '형' '서울의 달' '옥이이모' '파랑새는 있다' '짝패' '유나의 거리' 등 숱한 히트작을 내며 30여년 간 드라마 작가의 대표주자로 활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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