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일본이 필리핀에 10조 원 이상의 경제지원을 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외교정책이 불명확한 가운데 올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패권 확장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필리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5년간 필리핀에 일본 정부의 원조와 민간투자를 포함해 총 1조 엔(10조3천256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한 나라에 지원하는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일본은 미얀마에 5년간 8천억 엔(8조2천604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필리핀 정상은 경제 협력 방안뿐만 아니라 역내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과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어떤 종류의 위협이 있더라도 해양 안전과 안보를 유지해야 한다고 공감했다"며 "해양 협력 증진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판결 이행을 압박하지 않고 대신 중국과의 경제·방위 협력 등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유린이라며 비판하는 전통 우방 미국과는 군사협력을 축소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이 미국, 필리핀과 함께 구축한 반중국 연대에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균열이 커졌다.
아베 총리는 이를 봉합하기 위해 이번 아태 연안 4개국 순방 가운데 첫 방문지로 필리핀을 선택하고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13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인 남부 다바오 시를 방문한다. 이 지역에 외국 정상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베 총리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에 그만큼 공을 들이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다른 방증이다.
아베 총리는 필리핀에 이어 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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