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소환, 진실규명ㆍ과거단절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특검에 소환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와 함께 이 부회장에 대해 배임과 횡령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또 국회 청문회장에서 위증했다는 혐의도 수사범위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조사가 진행된 이후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거론되는 혐의 내용 자체가 위중하므로 영장 청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검으로서야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을 내리면 되지만, 한국 최대 그룹의 수장이 구속 직전의 처지에 몰린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대가로 최순실 씨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과 최 씨 모녀의 뒷거래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결고리가 됐다는 추정이 있다. 이미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지시를 했고, 이를 청와대와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만약 양사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의 수혜자가 된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혜택을 받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있어서도 결정적 판단요소가 될 사안이다.
삼성은 승마선수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하기 위해 코레스포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가량을 송금했고, 역시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도 204억 원을 출연했다. 최 씨 조카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 원을 후원했다. 삼성 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한 상태다. 다만 최 씨 측에 돈을 지원한 이유는 압박에 못 이겼기 때문이며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공갈ㆍ강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연말 국회 청문회에 나온 이 부회장도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특검이 삼성의 금품제공을 뇌물공여로 확인한다면 이 부분은 당연히 '위증'이 될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삼성에 이어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은 회장 사면과 면세점 인허가라는 중요 현안이 자금출연과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칫하면 국내 상위그룹 총수 상당수가 처벌될지 모를 지경이다. 아직도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게 못내 안타깝다. 특검의 수사가 이런 고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 계기로 작동하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한국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부회장의 범법행위가 확인된다면 있는 그대로 처리해야 한다. 삼성의 총수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는 없어야 한다. 다만 진실규명에 적극 협조한 경우 등 정상을 참작할 부분이 있다면 '보여주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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