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은행 가계대출 3.5조↑…증가세 둔화
10개월 만에 최소 증가…금리상승·주택거래 감소 영향
기업대출은 15조나 줄어…2010년 통계이후 최대폭 감소
지난해 마이너스통장대출 사상최대 증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3조5천억원 늘었다.
부동산 경기 냉각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1천3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생각할 때 안심하기 이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6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달 사이 3조5천억원 늘었다.
증가 규모가 1년 전인 2015년 12월(약 6조9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또 작년 2월(2조9천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소치이고 작년 11월(8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5조3천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작년 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33조원으로 한 달 사이 3조6천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2015년 12월(6조9천억원)에 견줘 반토막으로 축소됐다.
윤대혁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며 "앞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내 시장금리가 들썩인 점이 대출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11월에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중심으로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선수요'가 있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르 거래량은 9천 가구로 11월(1만1천 가구)보다 2천 가구 줄었다.
정부가 작년 11월 3일 청약 규제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자 서울 재건축 시장 등 주택거래에 찬바람이 불었다.
은행의 가계대출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월간 증가액이 3조 원을 넘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은은 2016∼2017년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월평균 3조∼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작년 말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잔액은 174조2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천억원 줄었다.
직장인들이 연말 상여금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한 해 은행의 가계대출은 68조9천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78조2천억원)보다 9조3천억원 줄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작년 2월부터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의 대출은 작년 한해 12조9천억원 늘었다.
한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 폭이다.
종전에는 2015년 8조원이 가장 많았다.
생계비와 주거비 마련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9천억원으로 한달 사이 15조원 감소했다.
한은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2010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감소 폭이다.
대기업 대출잔액이 154조7천억원으로 9조2천억원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90조2천억원으로 5조8천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들이 연말에 부채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일시에 대출금을 많이 상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61조원으로 5천억원 늘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은 1천471조8천억원으로 9조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연말 재정집행자금과 가계자금의 유입으로 23조5천억원 늘었지만, 정기예금은 지방정부의 자금 인출 등의 영향으로 12조6천억원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469조3천억원으로 16조원 줄었다.
머니마켓펀드(MMF)가 12조9천억원, 채권형 펀드가 3조5천억원 각각 감소했고 파생상품 등 신종펀드는 2조7천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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