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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틸러슨, 북·중에 '카우보이 외교' 예고…북핵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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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틸러슨, 북·중에 '카우보이 외교' 예고…북핵판도 흔드나

'북한은 적이자 위협' 규정·중국 겨냥 '2차제재' 검토 시사

사드 갈등까지 겹쳐 중국협력 유도 미지수…韓 외교력 중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차기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렉스 틸러슨이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카우보이 스타일의 강성 외교를 예고함에 따라 북핵 프로세스와 한국 외교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내정자는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 북한과 같은 적들이 국제규범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을 '적'이자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들의 국제합의 위반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막판 고강도 제재로 선회하긴 했지만 오랜 시간 북한의 변화를 참고 기다렸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최악의 독재국가'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 시절 자신들에 대한 '이름 붙이기'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핵개발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틸러슨의 발언은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카드를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면밀히 탐색하며 도발 여부와 시기를 검토중일 북한에게 틸러슨의 메시지는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추정된다.

틸러슨은 또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제재) 실시 가능성에 대해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며 검토할 뜻을 밝혔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여러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을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할 강력한 카드로 꼽혀왔다.

동시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 카드가 미중관계를 한층 심각한 긴장으로 몰고 갈 '극약처방'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오바마 행정부도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석탄 수출을 대폭 제약하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의하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틸러슨이 실제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에 이어 중국을 압박할 다른 강력한 카드 하나를 옵션에 포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심은 틸러슨의 강성 발언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반응과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 미칠 영향이다.

북한은 틸러슨의 발언과, 1월 20일 취임식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입에서 나올 대북 기조 등을 확인한 뒤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이르면 2월 ICBM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한의 후속 도발로 북핵 프로세스가 격랑에 휘말릴 경우 미중간에는 트럼프 임기 중 미중관계의 향배를 가를 중대한 담판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서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서 한미의 기대대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적극 행사할지는 미지수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격화하는 미중 '스트롱맨'(트럼프-시진핑)의 치열한 기싸움에서 중국 측이 쉽게 굴복하지 않으리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북 제재 압박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이왕에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등 카드를 꺼낸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쓰길 바라고 있다. 북핵이 명분과 문제의 시급성 면에서 미중이 협력하기에 가장 적절한 현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도 북한 핵 위협보다 북한의 붕괴에 따른 영향을 더 우려해 온 중국은 미중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의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더 의식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현 상황에서 미국 새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쓰면 오히려 중국은 대북 제재·압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문제까지 건드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와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은 이런 우려에 더 힘을 싣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지난 9일 워싱턴에서 만나 중국이 반대해도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강행하기로 뜻을 모은 데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사드 배치를) 정말로 원치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탄핵 국면에서 사령탑 부재의 핸디캡을 안고 있는 한국으로선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후 서로 으르렁댈 미중 사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는 한편 한중관계의 파국을 막을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들어 미중간 전략경쟁이 가속화하면 초기에는 미중간에 파열음이 날 것 같은데, 우리가 한 편에 적극적으로 서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문제 등과 관련한 중국과의 갈등을 고려해 미중을 끌어들여 서로 타협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제3의 방안을 만드는 것이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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