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노숙자에 감동 선사한 뉴질랜드 신랑신부 '눈길'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서 결혼식을 막 끝낸 신랑 신부가 결혼식장 부근에 있던 노숙자에게 보여준 작은 관심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지난 7일 오클랜드 시내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브로니아 틴덜과 파브리시오 클레멘티가 교회 밖 길가에 앉아 있던 노숙자에게도 결혼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넸고, 이에 노숙자도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고 11일 전했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을 끝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서 교회 부근 길가 잔디밭에 짐 꾸러미를 곁에 놔두고 맨발로 앉아 있는 노숙자에게 다가가 케이크를 건넸다.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교회로 들어갈 때 노숙자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에서 척추 지압요법사로 일하는 신부 틴덜은 결혼 케이크를 자르면서 노숙자에게도 나누어 주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노숙자에게 케이크를 건네주는 장면은 결혼식 사진을 찍던 사진사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틴덜은 자신들이 남자에게 케이크를 건네주고 몇 분 동안 서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며 클레멘티가 담배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나 남자가 무척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따스한 손길이 남자의 누 눈에 감동의 눈물로 쏟아져 나온 건 잠시 후였다.
틴덜은 자신들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남자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말을 곧 뒤따라온 사진사들이 전해주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토록 조그만 손길이 다른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교회 목사도 남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틴덜과 클레멘티가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었던 건 모두 인도주의 활동을 해오며 남을 돕는 일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올해 39세인 틴덜은 태국에서 성매매 산업 피해자들을 도운 적이 있고 그 보다 열 살이 많은 클레멘티는 의사로 '국경없는의사회'라는 국제의료 봉사단체에서 일한 적도 있고 시리아와 파키스탄 출신 난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적도 있다.
두 사람은 신랑 클레멘티가 의사로 일하는 로마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할 계획이다.
결혼식 사진사인 스티브 메이는 두 사람의 행동이 결혼식 사진사로 20여 년 일해 오면서 본 것 중 가장 특별했다며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 조각의 결혼 케이크에 지나지 않았지만 실로 큰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고 뭉클했던 감동의 순간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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