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자영업자 소비심리…경기 부진에 '직격탄' 맞아
작년 4분기 소비지출·수입전망, 봉급생활자보다 크게 악화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주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자영업자들의 소비심리가 봉급생활자보다 크게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소비지출전망(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03으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p) 떨어졌다.
CSI가 기준선(2003∼2015년 평균치)인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뜻한다.
특히 직업별로 구분하면 자영업자(94)가 봉급생활자(106)보다 12p 낮았다.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작년 9월 102에서 10월 99, 11월 98로 떨어진 데 이어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 3개월 사이 8p나 떨어졌다.
봉급생활자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소비지출전망 CSI가 작년 9월 109에서 10월에 110으로 올랐다가 11월 109, 12월 106으로 떨어졌다.
석달 사이 3p 떨어졌지만, 하락 폭은 자영업자보다 작다.
지난달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의 2천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가운데 봉급생활자는 약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영업자나 무직 등 '기타'로 분류된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자영업자의 소비심리가 봉급생활자보다 훨씬 나빠지는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작년 4분기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의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작년 12월 가계수입전망 CSI를 보면 자영업자는 89로, 3개월 전인 작년 9월(97)에 비해 8p나 하락한 반면, 봉급생활자는 같은 기간 102에서 101로 1p 내려가는 데 그쳤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와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부동산업, 음식점 등의 개인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출입기자단과 만찬 간담회에서 새해 한국경제의 관건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계층별로 볼 때 자영업자들의 소비 성향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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