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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처벌이 되레 중범죄자 양산…안타까운 '21세기 장발장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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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처벌이 되레 중범죄자 양산…안타까운 ད세기 장발장들'(종합)

"생계형 범죄 앞서 사회 도움 청하고 복지단체 문 두드려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푼돈'과 '생필품'을 훔치다 붙잡히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다.

이른바 ད세기 장발장'이라고 불리는 생계형 범죄자들에게는 각자의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은 감형의 대상은 되지만 이 때문에 처벌 자체를 면하지는 못한다.

반면 생활고와 취업난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 생계형 범죄에 '죄는 처벌한다'는 엄격한 처벌만으로는 오히려 중범죄자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 전에 비록 부족하지만, 사회가 마련한 복지제도에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한다.


◇ 배고파서 카드 훔치고, 새해 떡국 먹으러 식료품 훔치고

최근 생활고에 시달린 서민들의 생계형 범죄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의 한 마트에서는 30대 남성이 2만 5천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치다가 붙잡혔다.

이 남성이 훔친 식료품은 떡국용 떡, 만두 등으로 새해 떡국을 끓여 먹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에는 광주에서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아들을 키워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9만9천원 상당 겉옷을 훔친 50대 아버지가 붙잡혀 안타깝게 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이 20만원을 줬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 집세를 내기 위해 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9일에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식당에서 손님의 카드를 훔쳐 먹을 것을 산 20대 가난한 청춘이 붙잡힌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월 반찬거리가 없어 텃밭의 쪽파 1만원어치를 훔친 70대 여성이 경찰 '경미 범죄 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밖에도 6개월 아이를 태울 유모차를 훔친 20대 외국인 유학생, 조선업 경기 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강도행각을 벌인 40대 조선업 하청업체 노동자 등 하루가 멀다고 '죄는 밉지만, 사연은 안타까운' 생계형 범죄 소식이 들리고 있다.


◇ 생계형 범죄 증가세…처벌이 능사?

생계형 범죄는 법원의 감형 사유로 참작되기도 하지만 처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해 10개월 집행유예 기간 중 배고픔을 못 이겨 라면과 요구르트 등을 훔친 '생계형 도둑'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A씨는 대전에서 캔 음료 6개, 라면 5봉지 요구르트 10여 개 등을 모두 3차례에 걸쳐 훔쳤다가 기소됐다.

법원은 절도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된 A씨가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범행을 저질렀으나,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최종 형량 범위에서 가장 낮은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경찰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푼돈'을 훔쳐 붙잡히는 절도 범죄가 급증 추세다.

1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 실적은 2011년 1만563건에서 지난해 1만4천810건으로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1만원 초과∼10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3만9천566건에서 5만1천551건으로 32%, 1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 절도범 검거는 11만2천486건에서 12만3천225건으로 17% 늘었다.

금 의원은 "생계형 범죄는 생활고와 취업난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엄격한 처벌만 강조하면 사회적 분노만 키워 중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춥고 배고프면 저희를 찾아오세요"…범죄 앞서 도움을 요청해야

생계형 범죄자들은 대부분 지자체가 운영하는 긴급복지원 대상자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춥고, 배고파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지자체와 복지단체의 문을 먼저 두드려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주민센터는 지적장애 3급인 출산 여성의 긴급복지를 지원했다. 이 여성은 이혼한 남편이 교도소에 있고, 의지할 가족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 갓난아이를 안고 주민센터 문을 두드렸다.

주민센터 측은 이 여성을 쉼터로 안내한 뒤 긴급복지 예산을 활용, 60만원의 해산비를 지원했고 분유와 기저귀, 신생아 용품, 생활용품, 김치, 쌀 등도 가져다줬다.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는 위기에 직면한 저소득층 주민을 돕는 이 같은 '긴급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원대상은 4인 가족 월 소득이 300여만원 이하이거나 중위소득 75% 이하 등으로 배고파서 생필품을 훔치는 이들 대부분이 포함된다.

도움을 청한 이들은 비록 적은 액수지만 생계비, 의료비, 연료비, 해산비, 장제비, 전기요금 등을 도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긴급복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복지콜센터(☎ 129)나 거주지 읍·면·동 사무소로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읍·면·동 사무소에는 희망복지팀이나 맞춤형 복지팀이 꾸려져 있지만 이런 조직만으로는 관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찾아내는 게 어렵다.

복지대책에 대한 보완책도 물론 필요하다.

현재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책을 취업지원 등으로 이어지게 복지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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