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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70% '고문'제 도입, 35%는 경영진에 '지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상장기업의 70% 이상이 "상담역"이나 "고문"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5%는 상담역이나 고문이 경영진에게 "지시"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8일 NHK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이 도쿄(東京)증시 1, 2부 상장업체 2천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업체 871개사 중 77.1%가 상담역이나 고문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역할에 대한 복수응답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지시나 지도라고 답한 기업이 35.6%에 달했다. 경영계획이나 임원인사 등에 대해 조언을 한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일본 기업의 상담역이나 고문제도에 대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해외투자자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 조직적인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난 도시바(東芝)의 경우 경영혁신의 하나로 상담역을 폐지하는 등 제도 변경 움직임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상담역이나 고문은 회사법에 규정돼 있는 이사나 감사와는 달리 기업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기업은 이들에 대한 대우 등을 회사 정관으로 정한다.

기업 거버넌스에 밝은 전문가들은 일선에서 일단 물러난 사장 등 임원이 상담역이나 고문 자리를 맡아 오랫동안 쌓아온 인맥을 활용, 신규 고객을 개척하거나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등의 긍정적 메리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담역이나 고문이 경영 조언에 그치지 않고 사장이나 임원선임을 비롯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건전한 기업경영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야지마 히데아키 와세다(早稻田)대학 상대 학술원 교수는 상담역·고문제도에 대해 "사장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회장, 그다음에는 상담역이나 고문이 되는 관행은 일본식 장기고용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 시절 보수가 낮기 때문에 "후불" 형식으로 총액임금을 보전해주는 구조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거래처와의 관계유지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어 일률적으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회사의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밖에서는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과 인사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지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연구회를 통해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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