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본부에도 작년 해킹시도 110건…"러시아 美대선개입 남일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미국 대선 관련 해킹이 논란이 되고 유럽 선거 정국에도 개입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본부에 대한 해킹시도가 급증해 EU가 보안강화에 나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EU 집행위 서버에 대한 해킹시도가 110건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관리는 지난해 발생한 공격의 80%가량이 '유해한' 것이었다면서 기밀자료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주로 정보 유출이나 IT 시스템 손상 등 EU에 해를 입혔을 수 있다"고 전했다.
EU 본부는 유로화 관리뿐 아니라 28개 회원국에 대한 민감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EU는 보안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들에게 암호화한 이메일을 사용하도록 권고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사이버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줄리언 킹 EU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FT에 "EU를 포함해 유럽에서 많은 기관이 점점 더 다양한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런 위협은 지속적이고 공격적이며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더 파괴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종류의 사이버 공격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해치려고 하는"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돕고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고위간부 등의 이메일 해킹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등 중요한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러시아가 개입할 위협이 상당히 크다고 유럽 고위 인사들은 계속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4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러시아가 독일 총선에서 '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장 이브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8일 프랑스가 4월로 예정된 대선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면역체계를 잘 갖췄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일'이라며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EU 본부 의사록에 따르면 킹 위원은 다른 EU 집행위원들에게 "사이버 범죄로부터 EU 기관들을 보호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개입을 막도록 최고 수준의 경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5년 한 달 320건의 해킹시도를 겪은 나토 역시 사이버 공격을 경계하고 있다.
한 나토 관리는 "양적으로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질적으로 더 심각해졌으며 우리가 직면한 공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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