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 공세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매도 물량을 쏟아냈음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아 추가로 매물을 던질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0조 순매도에도 외국인 비중 10년래 최고 수준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99조원을 순매도했다. 13일에도 1조원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누적 매도 물량은 2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49.5%와 46.3%까지 떨어지며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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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막대한 매도세에도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10년래 최고 수준인 36.99%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7월 고점인 39.69% 대비 고작 2.7%P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36.65%)와 비교해도 여전히 높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장에서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올해 상반기 급등장에 '평가이익'이 매도 규모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낮은 평균 단가에 대거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들은 상반기 주가 상승으로 쥐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훌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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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 판 금액보다 남은 주식의 평가액이 더 크게 불어나면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따라서 두 기업의 외국인 비중이 역사적으로 낮으니 매수할 때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여전히 역사적 고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의 코스닥 시장 지분율은 11.59%로 2018년 이후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올해 7월 고점(12.3%)과 비교해 0.8%P 정도 줄어든 정도다. 결국 코스피 지수가 9000에서 6000으로, 코스닥 지수가 1200에서 800선까지 밀렸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직 수익 실현 구간에 있다는 의미다.

● 연기금, 지수 받칠 여력 없어
급락장 속에서 지수를 뒷받침해줄 '큰 손' 연기금은 손발이 묶인 상태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24.9% 수준이다. 연말 목표 비중인 20.8%를 초과한 상태라 원래대로라면 연기금도 대규모 매도에 나서야 하지만, 전략적 허용 범위인 6%를 적용해 기계적인 매도세만 간신히 억누른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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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락기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연기금이지만 지금은 국내 증시를 방어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전략적 허용 범위 상한(26.8%)에 거의 근접한 데다 연말 목표 비중을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리밸런싱을 거쳐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넓혀뒀다면 현재의 폭락장에서 강력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장은 연기금의 본격적인 리밸런싱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비중은 전체 자산의 16.8%로 목표치인 23.1%에 크게 못 미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6조원이 부족한 수준이다. 넘치는 자산을 덜어내 국내 채권을 그만큼 사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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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아시아 증시 중 유독 한국 시장만 크게 하락하고 국내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채권 강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연기금의 리밸런싱(국내 주식 매도·국내 채권 매수)을 앞두고 시장에서 선제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원화 강세도 외국인 매도세 부추겨
여기에 최근 가파른 원화 강세가 외국인의 매도를 더 부추겼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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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는 원화 가치가 올랐을 때(환율 하락)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 추가 수익(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환전 과정에서 손에 쥐는 달러가 늘어나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매도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13일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변동성까지 커진 점이 이 같은 외국인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불안과 국채금리 급등 같은 대외 여건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하게 겪고 있다"며 "원화가 빠르게 강해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을 팔 때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스피의 차별적 부진이 해소되려면 환율 안정과 더불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동력이 다시 강해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가 앞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했던 만큼 최근의 모멘텀 둔화가 국내 증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