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새벽 고속도로를 이용한 출근 기록 등을 토대로 직장인의 과로사를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재판장 최항석 고법판사, 박영주·김민기 고법판사)는 숨진 직장인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을 낸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ADVERTISEMENT
A씨는 2022년 6월 회사에 출근했다가 차량 운전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뇌출혈 진단을 받고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은 A씨가 매주 평균 52시간을 넘겨 일했고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데다 정신적 긴장도가 높은 업무를 맡아왔다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42시간 안팎으로 보고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DVERTISEMENT
1심 재판부는 공단 손을 들어줬다. 유족 측이 고속도로 이용기록을 근거로 A씨의 사망 직전 12주간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57시간에 달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자체 산정한 근로시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고속도로 통행기록과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해 A씨가 실제로는 장시간 근무하며 과로에 시달렸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업장이 작성한 확인서에서도 고인이 5시 40분부터 6시까지 업무 시작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A씨가 쓰러진 날 직장 동료는 고인이 평소 6시쯤 출근했다고 진술했고, 딸은 고인이 당일 새벽 4시 30분에 출근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숨지기 전 1년간의 고속도로 이용 내역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출근 당시 대부분 5시 전후로 고속도로를 통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사업장까지 자동차로 약 27분이 소요되는 걸 고려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평소 6시 전에 사업장에 출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이어 "사업장에서의 만성 과로와 그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기초 질환인 고혈압이 자연 진행 속도를 넘어 급격히 악화됐다"며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