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이 1조 722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결정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과연 회사는 1조원 넘는 투자비를 어떻게 활용할까. HD현대중공업이 밝힌 투자계획을 통해 회사가 처한 상황과 미래 전략을 분석해본다.
● 1조 722억원 투자의 진짜 의미
ADVERTISEMENT
이번 투자는 밀려있는 주문을 처리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막대한 전력 수요를 내다보고 미리 공장을 짓는 '선제적 베팅'의 성격에 가깝다. HD현대중공업은 1조 722억원 투자금의 활용처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육상·해상용 엔진 공장을 짓는데 8336억원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에 2386억원을 쓴다.
ADVERTISEMENT
엔진 공장 투자부터 살펴보자. 이번에 투자로 늘어날 엔진 생산 규모는 4.2GW 규모다. 육상용이 3.2GW, 해상용이 1.0GW로 추산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이 고객사로부터 받아둔 수주량은 1.6GW 수준이다. 새로 지을 육상용 엔진 생산 능력(3.2GW)의 절반 가량을 채운 것 같지만, 1년 단위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1.6GW의 주문은 향후 4년에 걸쳐 공급하는 물량이다. 1년 단위로 환산해 보면 연간 0.4~0.5GW 수준이다. 현재 확보된 일감으로는 전체 생산 능력의 15%정도(3.2GW 중 0.4~0.5GW)만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번 투자는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며 전기가 부족해질 테니 엔진 주문도 쏟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미리 공장부터 짓는 승부수인 셈이다.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새 공장이 완공되는 2028년 5월 이전까지 추가로 주문을 따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 공장 절반만 돌려도 3.5년이면 본전 뽑는다
ADVERTISEMENT
시장이 이번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 1MW규모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투자비는 1.98억원이다. 반면, 엔진을 만들어서 팔 때 받는 돈은 9.56억원으로 추정된다. 투자한 돈 대비 4.8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남는 장사'로 평가받는다.
ADVERTISEMENT
만약 수주를 많이 받지 못해 가동률이 50%에 그친다고 가정해도 매년 세금을 떼고도 2349억원의 이익이 남는다. 3.5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만약 가동률이 70% 수준까지 올라가면 2.2년만에 본전을 뽑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 경쟁자 없는 바다로 진출
전체 4.2GW중 해상용으로 배정된 1.0GW 물량은 '비밀 무기'다. 해상용 엔진은 이동하며 전기를 공급하는 '바다 위 발전소'나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엔진이다.
ADVERTISEMENT
육상 발전기 시장에서는 글로벌 회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바다 위에 발전소나 데이터센터를 띄우려면 배를 만드는 고도의 조선업 기술이 필요하다. 조선업 기술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에게는 경쟁자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함께 발표된 2386억원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전용 공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1년에 2~3기의 원자로 핵심 설비를 만들 수 있는 이 공장 투자는 회사 전체 시가총액의 0.5%밖에 안 되는 금액이지만, 향후 열릴 글로벌 원전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입장권' 역할을 할 전망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2% 오른 47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간 주가 하락률은 25.85%다. 1조원 투자 소식에 단기적으로 반등에 시작한 주가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