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정유주에 악재로 여겨지는 금리 인상이 오히려 기존 정제설비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가 신규 정제설비 투자를 제약하는 동시에 낮은 재고 수준을 심화시켜 정제마진 강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금리 인상, 정유주에는 왜 호재가 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Oil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정유업종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은 통상 정유주에 부정적인 변수로 인식되지만 신규 설비에는 할인율을, 기존 설비에는 희소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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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산업은 대규모 자본이 먼저 투입되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신규 프로젝트의 자본비용과 요구수익률이 올라가고 상승하며, 에너지 전환에 따른 장기 석유수요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신규 투자의 경제성은 크게 낮아진다. 노후 설비 역시 환경규제 대응과 설비 고도화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자본비용 상승에 취약하다.
결국 고금리는 신규 증설의 문턱을 높이고 고원가 노후 설비의 퇴출 압력을 높이는 변수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는다면 기존 정제설비의 가동률과 상대적인 자산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S-Oil의 정제설비는 신규 설비의 경제성이 낮아질수록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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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정제마진을 잇는 또 다른 연결고리는 재고다.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를 보유하려면 상당한 운전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정유사뿐 아니라 트레이더와 유통업체의 재고 금융비용도 높아진다. 공급망 전반에서 재고를 줄이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2004~2006년 연준 긴축 사이클 그리고 2022~2023년 연준의 역사상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 구간 모두에서 정유주는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S-Oil을 비롯한 국내 정유업체의 실적 역시 유가의 절대 수준보다는 휘발유/경유/항공유 크랙과 높은 가동률이 어느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더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금리가 정제마진을 직접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수급 충격이 더 큰 마진 변화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정유업종을 바라볼 때 정제마진의 '고점'보다는 '지속기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경기 회복과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마진 상승의 출발점이었다면 현재는 낮은 재고와 제한된 공급 여력이 높은 가동률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시키느냐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 정유설비 가동률은 8월 마지막 주 98.0%까지 올라 201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휘발유 재고는 오히려 감소했다"며 "설비를 사실상 최대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는데도 재고가 쌓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정제마진 강세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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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도 고금리는 S-Oil을 비롯한 정유주의 상대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에 높은 비중을 두는 성장주의 현재가치가 크게 할인되는 반면, 정유업체는 이미 구축한 설비에서 현재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기존 정제설비에서 발생하는 EBITDA와 잉여현금흐름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차입금 감소로 연결될 경우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면서 "신규 정제설비의 투자 문턱이 높아질수록 기존 경쟁력 있는 설비가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의 상대가치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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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기와 석유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될 경우에는 정유주 역시 금리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가운데 높은 금리가 장기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높은 재고 금융비용이 재고 확충을 어렵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높은 자본비용이 신규 정제설비 투자와 노후 설비의 추가 투자를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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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으로 정유업에서 중요한 질문은 석유수요가 얼마나 더 늘어나는가보다, 그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정제설비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에 가깝다. 고금리는 신규 설비에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지만, 이미 구축된 경쟁력 있는 기존 설비에는 희소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최근 정유주를 유가의 방향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2004~2006년 연준 긴축 사이클, 그리고 2022~2023년 연준의 역사상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 구간 모두에서 정유주는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예상보다 정유 업황 호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토대로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앞서 7일 NH투자증권은S-Oil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7.3% 올린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정유 업황 호조가 장기화되는 점을 고려해 다음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25.7% 상향했다.
S-Oil의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 대비 34.1% 오른 1조2945억원, 영업이익률 10.8%를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도 7일 S-Oil에 대한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2.5% 상향한 18만원으로 제시했다. 세계 정유 설비 부족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적 가시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사상 최고 수준의 정유 가격이 수요에 미칠 영향을 변수로 꼽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은 변수로 꼽힌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 이후 원유 수입을 줄였던 중국이 수입량을 다시 늘리면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오를 석유제품 가격을 세계 경제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