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분석보다 그 분석을 끝까지 믿고 판단할 수 있는 확신일 수 있다. 한국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가 신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를 통해 20여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며 겪은 투자 성공과 실패의 순간들을 풀어냈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주식시장은 확신을 요구하며, 확신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희생된다"고 말한 바 있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한 분석과 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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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대표는 이번 책에서 자신이 직접 내렸던 투자 판단과 그 결과를 되짚는다. 특히 성공 사례보다 실패 경험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베테랑 펀드매니저의 성공담보다는 투자 회고록에 가까운 구성을 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유로존 경제위기 당시 투자다. 저자는 당시 유럽의 부채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보고 금과 은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을 늘렸다.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면서 폭락장에서도 수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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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이 유럽 부채 문제에 점차 적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결국 그는 앞서 벌어들인 수익을 상당 부분 되돌린 뒤 포지션을 정리했다.
목 대표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겨냥한 베팅은 초반에 큰 수익을 안겨줬다"며 "그 수익은 과신을 낳았고, 그 과신은 매도 타이밍을 늦췄다"고 돌아봤다.
반대로 분석을 믿고 버티는 힘이 중요했던 사례도 소개한다. 2010년대 초 애플 투자 실패 경험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스마트폰 1대당 높은 이익을 내는 애플의 수익성에 주목해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아이폰5 품질 논란 등이 겹치면서 주가가 약 40% 급락하자 결국 투자 비중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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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종목을 고를 때 기업이 경쟁사로부터 수익성을 지킬 수 있는 이른바 '해자'가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보게 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기존의 해자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한다. 시장 위기 초입에 다시 주식을 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현금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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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진단도 담겼다. 목 대표는 한국 증시가 구조적 재평가의 출발선에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주주환원율 등이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삼독 펴냄.

규칙이 사라진 무역전쟁의 시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트럼프 이후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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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무역전쟁이 일상화된 시대의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을 분석한 책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와 전 미국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두 저자는 현재의 무역 갈등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진단한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에 불과하다며, 그가 물러난 뒤 과거의 자유무역 질서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책은 각국 정책 결정자와 다국적 기업 임원, 통상 협상 실무자 등 100명이 넘는 전문가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계 무역 질서가 변화한 배경과 향후 전망을 짚는다.
특히 기존 무역 규칙이 흔들리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동시에 각국이 활용하고 있는 보조금과 수입 장벽, 수출 통제 등의 정책 수단도 다룬다. 국가와 기업이 무역 갈등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도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제 무역전쟁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 됐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변화한 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냉정한 비용편익 계산과 자국의 취약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공급망과 통상 문제에서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주요 생존 전략으로 꼽는다. 윌북 펴냄.

강력한 반박서로 만나는 군주론의 정수…'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던진 권력의 질문에 200여년 뒤 정면으로 반박한 군주가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다. 김상근 연세대 명예교수의 신간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는 두 사람의 사상을 나란히 놓고 정치와 윤리, 이상과 현실의 긴장을 살펴본다.
책은 프리드리히 2세가 왕세자 시절 집필한 '안티 마키아벨'을 국내 최초로 번역·해제하고, 마키아벨리와 프리드리히 2세 사이의 사상적 논쟁을 추적한다.
'안티 마키아벨'은 '군주론' 26장의 구성과 논점을 그대로 따라가며 각 주장에 반론을 펼친다.
마키아벨리가 인간의 변덕과 배은망덕을 근거로 군주에게 냉혹한 현실주의를 주문했다면, 프리드리히 2세는 공포에 기대는 통치는 결국 "겁쟁이들과 노예들을 다스리는 데 그친다"고 맞섰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프리드리히 2세의 주장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계몽군주를 꿈꾸며 마키아벨리를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이라고 비난했던 그는 즉위 직후부터 23년간 영토 전쟁을 벌이며 프로이센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성장시켰다.
냉혹한 권력 경쟁 속에서 생존하며 국가의 영토와 영향력을 확대한 그의 통치 방식은 이후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롤모델로 삼았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책은 마키아벨리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였던 프리드리히 2세가 실제 통치에서는 오히려 '군주론'의 현실주의를 가장 충실하게 실행한 인물은 아니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군주론'과 '안티 마키아벨'을 각각 하나의 '이론과 실험'처럼 겹쳐 읽으며, 정치에서 윤리와 현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짚는다.
이를 통해 사랑받는 군주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군주 가운데 어떤 통치가 더 지속 가능한지, 이상적인 정치와 현실의 권력 사이에서 군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김영사 펴냄.
(사진 = 서삼독, 윌북,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