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세대가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결혼을 앞둔 남성들, 즉 예비신랑(예랑)들의 '예복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식 하루를 위해 화려한 예복을 마련하기보다 자신의 체형에 꼭 맞으면서 결혼 이후에도 경조사나 비즈니스 자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수트 한 벌'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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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다진 넓은 어깨를 강조하는 수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고르는 반맞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달라진 신랑 잡기에 나서며, 다시 커지는 예복 시장 공략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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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갑 여는 신랑들…마에스트로 예복 50%↑

2030세대의 결혼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예복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가 대표적이다. 마에스트로의 올해 1~3월 예복용 수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트 구매 고객 가운데 20·30대 비중도 전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온라인에서 예복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실제 LF몰에서 올해 5~7월 '예복' 검색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정장' 검색량도 15% 늘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예복을 고르는 기준이다. 마에스트로는 올해 봄·여름 수트 물량을 전년보다 10% 늘리는 한편 제냐·로로피아나·콜롬보 등 이탈리아 고급 원단을 적용한 '알베로'를, 다른 한쪽에서는 젊은 고객을 겨냥한 '시그니처 R'을 내세웠다. 비싼 수트와 젊은 수요를 동시에 잡는 '투트랙'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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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성 수트를 기반으로 어깨와 허리, 소매 길이 등을 조정하는 반맞춤(MTM) 서비스를 운영하며 체형에 따른 선택지도 넓히며 예비 신랑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 마에스트로의 올해 1~5월 MTM 수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고, 전체 수트 매출에서 MTM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LF 관계자는 "예복 고객의 선택 기준이 원단과 디자인뿐 아니라 자신의 체형에 맞는 핏과 전체적인 스타일링까지 세분화되고 있다"며 "마에스트로는 수트 전문성을 기반으로 MTM과 셔츠, 액세서리, 대여까지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의 다양한 예복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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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디스도 예복 25%↑…헬스가 예복 핏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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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갤럭시와 로가디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9% 증가했다. 이 가운데 로가디스의 예복용 라인 매출은 같은 기간 25% 증가해 전체 브랜드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로가디스는 상위 수트 라인인 '쿠튀르' 등을 통해 예복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결혼식 한 번을 위한 별도의 의상보다는 소재와 봉제 완성도를 높여 결혼 이후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경조사에서도 입을 수 있는 수트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소재뿐 아니라 수트의 모양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남성복 시장에서는 몸을 여유 있게 감싸는 오버핏과 릴렉스핏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정 반대다. 헬스와 자기관리 열풍이 이어지면서 어깨와 가슴은 넓게 만들고 허리는 잘록하게 잡는 이른바 'X자형 실루엣'이 부상하고 있다. '몸을 수트에 맞추는 것'에서 '수트를 내 몸에 맞추는 것'으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오롱FnC의 캠브리지멤버스는 지난 4월 운동으로 상체가 발달한 남성을 겨냥해 '리즈 핏(Leeds Fit)'을 출시했는데, 출시 이후 ‘리즈 핏’의 누적 판매율은 65%에 달한다. 기존에 수요가 가장 많았던 슬림 체형용 '윈저 핏'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24% 많다. 특히 구매자의 67%가 20~40대로 나타났다.
▲예복도 가성비보다 '가치비'
올해 예복 시장이 '개인화'와 '프리미엄'으로 압축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수트를 산다'는 가치가 업계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과거 직장인의 일상복이었던 정장은 캐주얼 출근복 확산으로 설 자리가 줄었다. 대신 결혼식과 경조사,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처럼 '제대로 차려입어야 하는 순간'에 선택하는 옷으로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횟수가 줄어든 만큼 한 벌을 살 때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지, 어떤 원단을 사용했는지, 결혼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를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다.
패션업계가 고급 원단과 MTM, 세분화된 핏 경쟁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 예복을 산다'에서 '오래 입을 수 있으니 제대로 된 수트를 산다'로, 다시 돌아온 예복 시장에서 예랑이들의 지갑을 여는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