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와 스노보드 같은 설상 종목을 떠올리면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딸만큼은 스키를 잘 타게 해주고 싶었지만, 정작 딸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결국 더 이상 타지 않게 됐다. 물론 나 역시 운동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고소공포증까지 있어 스키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설상 종목은 그저 여러 스포츠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고, 스키는 내게 개인적인 한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달라졌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훈련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특성 때문에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스키장 수도 많지 않은 데다 운영 기간도 약 90일 정도로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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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열악한 국내 환경 탓에 해외 훈련이 잦고, 그만큼 선수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도 크다. 보통 운동선수라고 하면 집안이 어느 정도 부유할 것이라고 여겨 장학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었기에, 이러한 현실을 처음 들었을 때 무척 놀랐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장학생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최가온 선수는 2026년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이채운 선수가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이승훈 선수가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는 등 값진 결실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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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과가 더없이 기쁘지만, 메달을 따고 못 따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는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들을 보면서 스키와 스노보드는 나와 인연이 없는 종목이라고 여겨온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오히려 내 마음이 더 채워진 것 같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봤기에, 올해 선발된 장학생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에 등록된 초·중·고 스키·스노보드 선수 가운데 심사를 거쳐 10명을 선발했으며, 1인당 1년간 총 6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 중에는 꾸준히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도 포함돼 있어, 앞으로의 활약도 지켜볼 만하다.
물론 좋은 성과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장학금만의 특별한 점은 다른 데 있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만큼은 다른 장학사업에서 늘 강조해온 선순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가 이만큼 도움을 받았으니 그만큼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말할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저 아무런 부담 없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이 친구들이 펼쳐갈 여정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을 만날 때, 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자리에 섰는지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 설상 종목의 멋진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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