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재정적자 위험과 장기금리 관리가 국제 금 가격을 동시에 밀어 올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4분기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대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ADVERTISEMENT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 가격에는 금리의 방향보다 금리를 움직이는 이유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8월 들어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 부근까지 약 15% 상승했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 전 장기금리가 상승한 기간에도 금값은 6.6% 올랐고, 발표 후 금리가 반락한 기간에도 7.5%가량 상승했다.
ADVERTISEMENT
상상인증권은 미국의 재정 위험이 부각돼 장기금리가 오르면 국채와 달러에 대한 신뢰 저하를 헤지하려는 수요가 금으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재무부의 수급 관리로 장기금리가 하락하면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 금값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7월 재정적자는 4323억 달러로 지난 2021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총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 10~30년 만기 국채의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상향했다. 재무부 일반계정(TGA)의 현금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근본적인 재정적자는 줄이지 않으면서 단기적인 수급을 조절해 금리를 누르는 방식”이라며 “재정 위험이 지속되는 한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의 신뢰도 하락을 통해, 금리 관리는 기회비용 하락을 통해 각각 금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과 국채금리의 전통적인 역관계가 깨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이 통화 긴축에서 재정과 달러 가치 위험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올해 상반기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연초보다 약 70bp(1bp=0.01%p) 상승했고, 금값은 고점 대비 약 25% 조정받았다. 반면 3분기에는 10년물 금리 상승분 대부분이 재정 위험 등을 반영한 기간 프리미엄 확대에서 발생하면서 금 가격도 함께 올랐다.
2022년 이후 금 가격과 각 금리 구성 요소의 상관계수를 보면 금은 실질 중립금리와 -0.44, 예상 통화정책 기조와 -0.27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반면 기대인플레이션과는 +0.44, 기간 프리미엄과는 +0.88의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ADVERTISEMENT
상상인증권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의미 있는 재정 긴축이 추진될 가능성도 작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채 발행 규모를 유지할 경우 2027~2028회계연도 누적 자금조달 부족분은 1조4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부가 명목 쿠폰채 발행을 늘리면 기간 프리미엄과 재정 위험 보상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증액을 미루면 단기채와 바이백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 희석 우려가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 등 실물자산을 사들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ADVERTISEMENT
중국의 금 매입도 가격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인민은행은 지난 7월 금 보유량을 약 20톤 늘리며 21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중국의 공식 금 보유량은 2366톤으로 증가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은 금 가격 상승세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기조가 강화될 경우 실질금리와 달러가 함께 오르며 금 가격이 압박받을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재정 위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질금리까지 의미 있게 하락한다면 연말 금 가격에는 추가 상승 여력도 열려 있다”며 “현재 구도가 유효한 한 금 가격 조정은 상승 랠리의 종료가 아니라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