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큼 반도체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쟁을 단순한 반도체 증설 경쟁이 아닌 국가 차원의 산업 전쟁으로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단순히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서 공장을 늘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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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전면적인 산업 전쟁입니다.
이미 AI 산업은 시장경제 원리나 글로벌 분업 체제가 아니라 국가가 주도해 자금과 규제, 외교력까지 컨트롤하는 국가주의적 산업 정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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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칩스법과 EUV 장비 수출 통제, 중국의 희토류 통제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군사, 안보 패권과 AI가 직접적으로 연계가 되면서 전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모델 '미토스'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가 통제에 나설 정도로 AI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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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열린 과기부총리 간담회에서는 배경훈 부총리가 “이제 반도체는 핵무기급의 전략자산으로 다뤄야한다”고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경제적, 정치적 수단을 모두 쓰고 있는데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은 오늘(11일) 신주 발행을 결정한 인텔이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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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위해 인텔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간밤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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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끌어오는 자금으로 AI 데이터센터와 파운드리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대만의 파운드리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팹리스는 전세계 최고이고,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이 충분치 않아도 마이크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파운드리 회사가 없어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불안한 상황입니다.
결국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기업은 인텔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을 10% 보유하면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 모두 정부의 지원에 민간 자본까지 결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정부의 지원책이 미국·중국의 공세에 충분한 대응책이 될 수 있습니까?
<기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으로 팹 건설의 병목으로 꼽힌 부지·인허가·인력·R&D·공급망 등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가는 기반 시설 비용을 국가가 50%~최대 100% 부담합니다.
기업들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금액도 줄일 수 있지만 공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만 전력망과 용수 확보는 여전히 문제입니다.
특히 서남권 위주의 메가 프로젝트는 부지 확보에는 큰 이점이 있지만 결국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산업부와 노동부가 부딪히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 상한 폐지 역시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최근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를 비롯해 팹 건설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속도는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너무 속도를 내면 나중에 공급 과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없습니까?
<기자>
당장 엄청난 AI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장기계약 물량이 전체 케파의 60%~70% 가량되고, 계약기간도 5년 단위입니다.
그렇게 되면 2030년까지는 이 수요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지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기 투자비 절감'과 '인허가 리스크 제거'라는 확실한 실리를 얻었습니다.
중국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의 속도'를 끌어올려야한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메모리 수요에 대해 2030년까지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익률을 떨어뜨리더라도 고객사와 오래가야한다"는 발언은 굉장히 여유와 자신감이 담겨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일단 용인을 먼저 구축하고 난 뒤 진행 될 예정입니다.
서남권 팹은 2035년 이후의 물량을 내다보는 것입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에 수요를 보면서 클린룸 가동을 조절한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SK하이닉스의 팹 증설을 보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클러스터로 만들면 우리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공동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데요?
<기자>
반도체 특별법, 메가프로젝트의 실제 수혜자는 소부장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그래도 대규모 자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체 투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클러스터로 만들면 공장 신설, 물류, 협업 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줄어듭니다.
또 정부가 어제(10일) 수출 소부장 기업을 위한 5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클러스터로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제조사와 엔지니어 장비 소재사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야합니다.
추가로 정부와 지자체, SK하이닉스가 합작 투자하는 트리니티 팹이 있습니다.
소부장 기업들이 자신들의 신기술을 상시 검증할 수 있는 미니 팹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엔비디아가 5천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이 쓰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 있는 고객사들에게도 지원한다는 내용이죠?
<기자>
엔비디아와 미국의 6개 대형 투자사들이 손잡고 AI 인프라에 5천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합니다.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6개사가 엔비디아 고객들에게 낮은 금리로 전용 자금을 마련해주는 겁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인프라에 독립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투자사를 모았다"며, "AI 공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 자금은 모두 제3자 자본으로 조달되는데, 투자사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의 컴퓨팅 파워, CUDA 생태계를 담보로 한 일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성격이 있습니다.
그동안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같은 국가 주도의 재정투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로지 빅테크 기업과 월가 자본으로 추진합니다.
<앵커>
또 엔비디아발 순환투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본 조달만 성공적으로 된다면 메모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월가에서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AI에 쏟아부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소버린 AI'가 확장하면 중동을 비롯한 국가 차원의 자금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합니다.
당장 메모리 업계에서는 단기와 중기 수요는 안심해도 된다는 반응입니다.
일단 수요를 엔비디아와 금융사가 만들어냈다는 비판은 있지만 투자를 줄이려는 회사는 하나도 안 보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엔비디아 GPU만 구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GPU 수요가 확대되면 HBM4, CXL, 고용량 eSSD 등 각종 메모리 수요가 증가합니다.
또 로보틱스,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나 에이전트 AI, 온디바이스 AI 등에 들어갈 저전력 고용량의 메모리 수요도 엄청 납니다.
지난 주 머스크는 2030년 스페이스 X 매출이 1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매출이 300억 달러인데 5년 만에 30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메모리 수요가 공급보다 열 배나 많다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서 투자대비 수익(ROI)을 증명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