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인근 보행로인 '서울로 7017'에서 바퀴벌레가 무더기로 발견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서울 도심의 바퀴벌레 개체수가 급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서울로의 바퀴벌레가 주변 지역과 인근 아파트까지 퍼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고 보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SNS에서 확산한 영상처럼 서울로 7017에 바퀴벌레가 출몰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화단과 음식물 등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ADVERTISEMENT
바퀴벌레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번식한다. 암컷 한 마리가 40개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고 1년에 수백마리까지 증식할 정도로 번식력도 강하다. 몸이 얇고 유연해 좁은 틈새에 쉽게 숨어들기 때문에 발견과 방제도 쉽지 않다.
서울로 7017에는 화단이 곳곳에 조성돼 있고 식물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한다. 여기에 산책객들이 남긴 음식물이 먹이원이 되면서 바퀴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ADVERTISEMENT
다만 서울로에서 바퀴벌레가 많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서울 전체의 개체수가 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퀴벌레 개체수의 증감을 판단하려면 동일한 장소에서 수년에 걸쳐 채집한 자료를 비교·분석해야 하지만 현재 이 같은 데이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역시 전문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전체 바퀴벌레 개체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 자료가 없어 최근 실제로 증가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바퀴벌레 관련 민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해충 민원 접수·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시의 바퀴벌레 관련 민원 접수 및 처리 건수는 6천15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1만1천789건) 접수 및 처리 건수의 52.2% 수준이다.
ADVERTISEMENT
해충 관련 민원이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민원 건수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바퀴벌레 관련 민원 접수·처리 건수는 2021년 2천379건, 2022년 3천905건, 2023년 5천470건, 2024년 7천241건, 2025년 1만1천789건 등으로 최근 수년간 빠르게 늘고 있다.
ADVERTISEMENT
그러나 민원 증가가 곧바로 바퀴벌레 개체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외부 활동이 늘면서 사람들이 바퀴벌레를 목격할 기회 자체가 많아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전체에서 바퀴벌레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서울로 7017에서 발생한 바퀴벌레가 퍼진 결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ADVERTISEMENT
최근 바퀴벌레가 유독 많이 보인다는 인식에는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로 7017의 바퀴벌레 영상이 화제가 된 뒤 관련 영상과 게시물이 잇따르면서 평소에는 지나쳤던 바퀴벌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기후와 날씨도 최근 바퀴벌레 목격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여름철 고온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바퀴벌레의 활동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데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하수구와 맨홀 등에 숨어 있던 개체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 장마철을 앞두고 원활한 배수를 위해 진행하는 하수구 청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 역시 바퀴벌레가 기존 서식지를 벗어나 이동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공원 등 녹지가 조성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폭염이나 폭우가 있을 때 하수관로에 살던 바퀴벌레들이 많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도심에 녹지가 많이 생겨나면서 바퀴벌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도 "도심의 녹지 자체가 곤충의 서식지다. 그런데 벌레가 나오면 사람들이 싫어하니 방제 작업을 하고, 결국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강한 종류만 살아남는데 그게 바퀴벌레"라며 도심에서 바퀴벌레가 더 많이 목격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가정에서 바퀴벌레를 막으려면 살충제에만 의존하기보다 유입 경로와 서식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밀폐해 보관하고 주방 주변의 음식물 찌꺼기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배관과 하수구, 창문, 주방 후드, 환풍구 등은 대표적인 유입 통로인 만큼 방충망 등을 이용해 틈새를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정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같은 공간에서도 바퀴벌레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약제와 사용량이 다르고 잘못된 약제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내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종류나 유입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전문 방역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