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최근 자주 나타나는 보이스피싱 수법인 '셀프 감금' 유도에 걸려든 끝에 전 재산을 날리는 피해를 당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10일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이 법원 사무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A씨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관련 등기를 자택에서 받을지, 전자로 열람할지 고르라고 했다.
A씨는 부모님께 걱정 끼치기 싫다는 생각에 전자 열람을 하겠다고 했다. 남성이 보낸 링크를 누르자 사건 번호와 A씨 이름이 적힌 검찰 서류가 떴다. A씨 명의로 '시크릿 계좌'가 몰래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는 남성이 전화를 걸어 A씨에게 중고 공기계 휴대전화를 사 유심(USIM)을 옮겨 끼우고,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범죄에 연루됐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그의 말에 따랐다. A씨가 자신의 자산 규모를 정확히 답하지 못하자 검사는 "허위 진술을 했다"며 "당일 약식기소를 받지 못하면 구치소에 끌려간다"고 위협했다.
A씨가 겁을 먹자 검사는 "시간을 끌어보겠다"며 인근 호텔에 머물라고 지시했다.
이후 A씨는 일주일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 동안 전화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한 시간마다 보고해야 했고, 사유서와 반성문까지 강요당했다.
조직원들이 매시간 겁을 줘 사기라고 의심할 틈도 없었다.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주변에 알릴 수도 없었다.
이후 금감원 과장이라는 사람이 A씨에게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한다"고 했고 A씨는 전 재산 1억3천590만원을 열 차례에 나눠 보냈다.
A씨와 통화한 이들은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었다.
조직원들은 "은행원 가운데 공범을 잡아야 하니, 대출받아라. 빚은 수사가 끝나면 원상복구된다"고 해 A씨는 대출도 8천700만원이나 받았다.
다행히 은행이 계좌정지 조치를 해 이 돈이 빠져나가진 않았다. 이상 거래를 의심한 은행이 확인 전화를 걸거나 계좌를 막으면 조직원들은 "그것도 공범의 방해"라고 둘러댔다.
일주일이나 감금된 A씨는 형사사법포털(KICS) 앱을 확인했고 자신이 받은 검찰 서류 속 사건번호가 거짓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머물도록 하는 신종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수법에 당한 것이었다.
이는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자주 활용하고 있다.
A씨는 결국 지난 18일 피해 사실을 세종남부경찰서에 신고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는 "수사받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검사라며 구치소 얘기를 꺼내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별히 순진하거나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만 당하는 게 아니라 가장 취약한 순간을 파고들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피해가 속출 중이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사칭 조직에 속아 열흘 넘게 감금된 40대가 6억2천만원어치 골드바를 넘기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월엔 대구의 원룸에 일주일간 갇힌 40대가 18억원을 송금하려다 지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피해를 면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