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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공부하는데 '운지'라고"…교사들 '한숨'

'배재고 사태' 후 전교조 긴급 설문조사 교사 90%, 학생 '혐오표현'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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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일고에 사과하는 배재고. 사진=연합뉴스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 들고 가야 한다고…'홍어'라며 키득댑니다."


    "과학 시간에 중력을 공부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면서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하더라고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이와 같은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1년간 이러한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가 10명 중 9명에 달했으며, 중학교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 1천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를 외친 사건 이후 학교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최근 1년 동안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89.3%에 달했다. 직접 목격했다는 응답은 73.9%, 다른 교사나 학생 등을 통해 전해 들었다는 응답은 15.4%였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 교사의 경험률이 92.7%로 초등학교(87.4%)와 고등학교(86.4%)보다 높았다.


    학생이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는 응답도 중학교가 81.7%로, 초등학교(68.4%)·고등학교(68.5%)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았다.

    혐오 표현의 유형을 보면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이 88.9%로 최다였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거의 절대다수는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비하 표현"이라며 "말끝마다 '∼노'를 붙이거나 운지, 부엉이바위 같은 단어를 대화에서나 각종 과제물에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와 차별'(86.8%), '세대·직업·계층 비하'(81.8%), '역사적 사건 왜곡·희화화'(80.5%) 등이 뒤를 이었다.



    빈도 면에서도 중학생의 혐오 표현 사용이 가장 두드러졌다.

    일례로 학교 교사는 67.1%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자주' 접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52.3%)와 고등학교(51.6%)보다 확연히 높은 비율이다.

    교사들은 이번 배재고 사태를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닌 온라인 혐오문화 확산의 결과로 인식했다. '특정 학생들만의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88.4%)는 응답이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개별 사건에 가깝다'(7.5%)는 응답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배재고 사태의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94.0%)을 가장 많이 지목했고, 그 다음이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62.0%) 순이었다.

    향후 마련돼야 할 대책을 묻는 문항에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 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 명시'(55.8%),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 강화'(49.9%) 등이 거론됐다.

    교사들은 혐오 표현 관련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생을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69.9%)과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 우려'(60.1%)를 꼽았다.

    예컨대 5·18이나 노 전 대통령 서거의 희화화가 왜 잘못된 것인지를 가르치고 싶어도, 학부모가 교사의 정치 중립 위반을 문제 삼는 게 두려워 입을 닫게 된다는 게 전교조의 지적이다.

    전교조는 전국 초6∼고3 1천636명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었으며, 가장 높은 노출률을 보인 콘텐츠는 '외모·성적·가정환경·지역·말투 조롱'(53.5%)과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비극 조롱'(51.2%)이었다.

    플랫폼별로는 유튜브로 해당 콘텐츠를 접했다는 사람이 53.1%였고 이어 인스타그램(51.6%), 틱톡(33.6%),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교사와 학생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혐오 표현을 배우는 창구로 지목한 만큼,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혐오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건 '교육'이었다. '학교에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55.3%),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42.9%) 등이다.

    배재고 사태 같은 일의 재발을 막는 방법으로도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40.8%)을 가장 많이 택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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