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둘러싼 '개표소 봉쇄 시위'가 3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 규모는 첫 주말을 정점을 찍은 뒤 지속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색채가 짙어지며 초반 참여했던 젊은층과 무당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뒤 첫 주말인 지난달 6일 올림픽공원역 누적 승하차 인원은 11만8천369명을 기록했다.
직전 주 토요일 이용객이 약 4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약 8만명이 시위 참가를 위해 올림픽공원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두 번째 주말인 지난달 13일 올림픽공원역 승하차 인원은 7만5천731명으로 줄었다. 평소 이용객을 제외하면 시위 참가자는 3만 명대로 감소해 첫 주말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시위의 성격이 달라진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위 초반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구호를 자제하고 '재선거' 구호를 앞세우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 없는 성조기 사용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성조기는 시위 현장에서는 극우 단체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정치적 색채를 줄여야 시민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더 많은 참가자가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달 8일 새벽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위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로 굳어졌고, 태극기만 흔들어달라고 적힌 벽보에는 '성조기 가능' 등 문구가 덧씌워졌다.
시위 성격의 변화는 온라인 검색량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량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6일부터 닷새간 '재선거'는 전체 검색량에서 '부정선거'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달 7일에는 '재선거' 검색량이 '부정선거'를 약 두 배 웃돌기도 했다.
초반 '재선거' 검색량을 견인한 핵심 축은 20·30세대로 파악된다.
개표소 시위 첫 주 2030세대의 '재선거' 검색량은 '부정선거'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부정선거' 검색량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첫 주말 이후 여자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 소지품 무단 수색과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 저지 등 과격한 행동이 이어지면서 시위 구호도 점차 '부정선거' 중심으로 이동했다.
경찰과 협의를 마친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경기장 출입을 시위대가 막아선 지난달 10일 이후에는 '부정선거' 검색량이 '재선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색이 강해진 시위에 부담을 느낀 20·30세대가 점차 현장을 떠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극단화 양상을 띠게 된 시위가 시위 초반 올림픽공원을 찾았던 무당층(특정 정당을 선호하지 않음) 청년들을 잡아두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에 "초반 젊은 세대 중심으로 참정권 보장 등 보편적인 이슈를 제기할 때는 민주주의가 좀 더 확장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러나 맹목적인 봉쇄가 이어지며 극단화 양상을 띠며 지지 기반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