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호황의 온기가 뜻밖에도 백화점으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백화점주들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코스피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그 배경이 뭔지 증권부 조예별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반도체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백화점주가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다니 의외입니다. 수치가 어느 정도 됩니까?
<기자>
최근 한 달 동안 반도체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약 20%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백화점주들의 상승률은 코스피 상승률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한 달간 82% 올랐고, 신세계도 45% 오르면서 코스피 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고 있습니다.

<앵커>
반도체가 이끈 증시 랠리가 어떻게 백화점주의 급등으로 이어진 겁니까?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자산 증가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 현장의 호황이 백화점 매출로 직결되는 '이중 수혜'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증권가에서는 대형주 중심의 급등이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키우는 '부의 효과'에 주목합니다. 주식 평가손익이 실시간으로 수치화되면서 심리적 부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명품 소비를 견인한다는 겁니다.

유진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작년 6월에 코스피가 반등했던 시점부터 백화점 매출 성장률도 함께 올라서기 시작해 올해부터는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앵커>
실제로 반도체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지역의 백화점 열풍은 매출로도 확인이 되는 겁니까?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이 밀집한 경기 남부권, 이른바 '반세권' 백화점들의 매출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명품 소비가 급증한 겁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전 점포 평균 매출 증가율인 2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신세계 죽전 사우스시티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매출도 각각 23%, 20%씩 늘었습니다.

특히 고가의 보석이나 시계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요. 신세계 사우스시티점의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200% 뛰었고, 동탄점의 해외 시계·보석 매출도 45% 증가했습니다.
경기 남부권 매장은 서울 주요 점포와 달리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대형 팝업 행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 주민들의 가처분소득 자체가 늘어나 지갑이 열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내국인 수요가 백화점 매출을 확실히 받쳐주고 있군요.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어떤 상태인가요?
<기자>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백화점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거 1~3% 수준이던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최근 5~7%까지 늘었고, 성수기인 4월에는 8%까지 확대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다른 유통주, 특히 화장품주와의 희비가 갈렸다는 겁니다. 최근 한 달 간 아모레퍼시픽이 11% 넘게 하락하는 등 화장품 대표주들은 일제히 조정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외국인들의 쇼핑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화장품 업계 관계자도 "외국인 수요가 과거처럼 캐리어를 들고 가 화장품을 쓸어 담던 것에서 이제는 백화점 중심의 체험형 소비로 옮겨갔음을 체감한다"고 전했습니다. 화장품 구매는 온라인 채널이 대체할 수 있지만, 백화점은 명품부터 K패션, K뷰티까지 한곳에서 즐기는 '원스톱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점적인 수혜를 누리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백화점주의 독주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증권업계는 유통 채널 내에서 백화점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리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올렸고, 롯데쇼핑도 26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소비 심리 회복으로 마진이 높은 경기 민감 카테고리가 성장하고 있고, 인바운드 외국인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 상향 요인으로 꼽힙니다. 당분간 유통주 내에서는 백화점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