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막혔던 중동의 핵심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VLCC)들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중 한 척은 한국 울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국적 해운회사 바흐리(Bahri)가 운용하는 샤덴, 자함, 아우타드 등 초대형 유조선 3척이 각각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이날 오전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
선박 추적사이트 마린트래픽을 보면 이들 선박은 지난 16일 밤 사우디 라스타누라 항구를 출항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나 오만해를 항해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아우타드호의 목적지는 울산인 것으로 표시됐다.
이번 통항은 지난 14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를 체결한 이후 사우디 초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첫 사례다. 이들 유조선은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약 3개월 반 동안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었다. 외신들은 이날 사우디 유조선뿐만 아니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운반선 '므라이크호'와 중국 국영해운사 코스코(COSCO) 자회사의 연료 운반선 1척도 함께 해협을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선박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정상적으로 켠 채 운항했다는 점이다. 해협 봉쇄 기간 일부 선박들이 이란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기기를 끄고 야간을 틈타 몰래 통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미·이란 간 합의로 현지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음을 시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전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가 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량 통과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긴 봉쇄 기간 동안 걸프해역에 정박해 대기 중인 초대형 유조선은 여전히 30여 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순차적인 통항 재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