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가격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고, 인공지능(AI), 멤버십 혜택 등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이용자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 이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사이, 주요 플랫폼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레트로 감성을 앞세운 G마켓이 1020 세대와 이탈 고객을 불러 모으고, 네이버와 SSG닷컴(쓱닷컴) 등도 차별화된 '비가격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지난달 1020 고객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3040세대 거래액은 1%, 5060세대는 7% 증가한 것에 비하면 가파른 증가다. 특히 G마켓이 3040세대를 주고객층으로 둔 '1세대' 오픈마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층의 소비 회복은 플랫폼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G마켓 자체 집계에 따르면 1년 이상 방문하지 않았던 비활성 고객의 방문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이들의 구매율도 28% 늘었다. 3∼4개월간 이용이 없던 고객의 구매율은 49%까지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G마켓은 지난달 3년 만에 1월 거래액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광고 캠페인과 SNS 바이럴 효과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한다.
G마켓은 지난해 박완규·설운도·김종서·민경훈 등을 내세운 G락페 광고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그룹 H.O.T.가 25년 만에 완전체로 출연한 광고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짧은 영상으로 바이럴(입소문) 확산에 성공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일시적인 마케팅 효과를 넘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한 신선식품 배송 역량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마트 매장을 기반으로 한 물류 구조와 멤버십 혜택 강화 전략을 통해 생필품 중심 배송에 강점을 지닌 경쟁사와 다른 방향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7% 고정 적립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연계를 포함한 멤버십 강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가 출산이나 이사와 같은 사용자에게 특화된 생애주기와 검색 맥락을 분석해 상품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콘텐츠 혜택을 멤버십에 결합함으로써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11번가는 '신선밥상'(신선식품)과 '우아럭스'(명품) 등 특정 분야의 검증된 상품만 모아 보여주는 '버티컬 서비스'를 통해 신뢰도를 높여 충성 고객을 확보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시장 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종합몰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쿠팡이 3천318만명으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지만, 증가율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G마켓과 SSG닷컴, 11번가 등 국내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G마켓은 약 542만명에서 680만명으로 25.4%, SSG닷컴은 184만명에서 217만명으로 17.9% 늘었고, 11번가도 779만명에서 811만명으로 4.1% 늘었다.
이에 반해 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는 한국 시장 진출 초기의 기세가 꺾이면서 각각 MAU가 4.6%, 3.4% 줄었다.
신규 유입 지표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G마켓의 지난달 신규 앱 설치자 수는 26만 명으로 전월 대비 25.4% 증가하며 주요 이커머스 중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역시 전월 대비 18.7% 증가하며 이용자를 흡수했다. 반면 쿠팡(-2.8%), 11번가(-32.8%), 알리익스프레스(-7%)의 신규 설치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쿠팡의 절대적인 이용자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성장이 정체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2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3월 출범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무기로 올 1월 709만명으로 MAU 5위권에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달 MAU 증가율이 10%에 달하면서 4위인 테무와의 격차를 80만명대로 좁혔다.
업계에서는 이제 경쟁의 초점이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 경험과 세대별 맞춤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단기적인 마케팅 성과를 지속 가능한 충성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