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아이돌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연습생이 고액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수강했지만 약속된 교육과 오디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기획사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출신 10대 소녀 미유(가명)는 7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BBC 뉴스와 인터뷰에서 K팝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2024년 한국에 왔지만 현실은 사기와도 같았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한 K팝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6개월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300만엔(약 2천700만원)을 냈고, 그 대가로 전문적인 춤·보컬 교습과 주요 기획사의 오디션 기회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계약 내용과 현실은 달랐다.
미유는 "매주 오디션이 있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며 프로그램 비용에 비해 춤과 보컬 훈련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한 상급 직원이 그의 행방을 끊임없이 감시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미유는 프로그램 시작 3개월 후 "그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나를 혼자 편의점으로 데려갔다"며 "내가 고르는 동안 그는 내 허리에 손을 얹고 '몸매가 좋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한 번은 사진 촬영 의상 논의를 위해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의상 얘기를 하자며 (자기)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면서 "나는 대신 (의자) 팔걸이에 앉았고, 그날 이후 남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말했다.
미유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이곳은) 내가 꿈을 좇던 곳이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훈련을 받았던 또 다른 외국인 연습생 엘린(가명)도 비슷한 피해를 주장했다. 엘린은 이 직원이 자신을 회의실로 불러 한국어로 '엉덩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준다며 자기 허리를 만졌다고 말했다. 엘린은 "너무 무서워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빨리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엘린은 이 직원이 전등을 고친다며 새벽 2, 3시에 기숙사 방에 들어오기도 했고, 한 번은 자고 있을 때 방에 들어와 가만히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직원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으나 "너무 무서워서 그 후로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엘린은 기숙사 전체에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녹화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미유 역시 같은 주장을 했다.
엘린은 결국 경찰에 이 직원을 성추행 및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은 종결됐다. 엘린은 회사 역시 별도로 고소했다.
회사 측과 해당 직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내부 규정상 여성 연습생 기숙사 출입은 엄격히 제한돼 있고, CCTV 설치는 연습생 보호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K팝 훈련 업체는 일반적으로 교육부의 규제를 받는 학원 또는 연예 기획사로 분류되는데 미유나 엘린이 계약한 회사는 기획사로 등록돼 당국의 규제가 훨씬 제한적이다.
엘린은 결국 프로그램을 중도 포기하고 한국을 떠났다. 그는 "K팝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거기엔 책임도 따른다"면서 "최소한 이 꿈을 좇는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