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서유럽 전반에서 반미 정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덴마크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9∼27일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6개국에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미국에 대한 반감은 덴마크에서 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영토 주권이 직접 위협받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독일은 72%, 스페인은 66%, 영국은 64%, 이탈리아는 63%, 프랑스는 62%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이들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49∼70% 수준이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눈에 띄게 악화했다.
유고브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가 유럽인들로 하여금 미국에 확실히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동맹으로 인식하는 비율 역시 조사 대상 6개국 모두에서 감소했다. 덴마크의 경우 2023년 7월 조사에서는 미국을 동맹으로 본다는 응답이 80%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6%로 급감했다. 나머지 5개국에서도 해당 응답률은 모두 40%를 밑돌았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일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유럽이 국방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질문에는 국가별로 59∼74%가 동의했다. 유럽의 이민 허용 정책이 과도했다는 응답 역시 52∼6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유럽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동의한 비율은 18∼31%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불공정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대해서도 10∼17%만이 동의한다고 답해 인식 차이를 보였다.
유럽의 국방과 평화가 여전히 미국에 달려 있다고 믿는 응답은 63∼7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대서양 동맹을 유지하는 것보다 유럽의 자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도 41∼55%에 달해 유럽 내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