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당국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함께 정책 수단을 동원하며 무섭게 치솟던 환율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으로 3년 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8.70포인트(0.21%) 내린 4,108.62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향해 사실상의 '경고장'을 날렸다.
구두개입 직후에는 기재부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 동안 비과세하는 혜택을 담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서학개미'들에게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개미'로 갈아타라는 게 골자로, 이를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증시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세제지원은 국내시장 복귀계좌,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통해서 이뤄진다. 12월 23일 기준 보유(계약체결 포함)한 해외주식을 향후 매각하고, 그 자금을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 하면 해외주식 양도세를 1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는다.
한도는 1인당 5천만원이고, 내년 1분기 복귀분은 100%, 2분기 80%, 3분기 50%로 복귀 시점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이 차등 부과된다.
이미 선물환 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관련 '뉴프레임워크' 모색 등을 발표한 데 이어 파격적 '당근책'을 추가로 제시한 것이다.
외환당국의 이같은 결단은 올해 연말 종가가 지난해 말(1,472.5원) 수준을 웃돌 소지가 다분해 시장 불안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2일 1,480.1원에 이어 23일 1,483.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돈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과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환율 고공행진은 일단 진정됐으나, 이번 흐름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나 위험 회피가 유지되면 되돌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을 내려야 한다는 목표에 정책이 고정되면, 시장은 오히려 당국의 방어 레벨을 추정하며 테스트하는 구도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 대책들은 전술적 대응 측면"이라며 "장기적, 전략적 관점에서 여러 기관과의 정책 믹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