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6억 원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가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분양가가 10억 원을 훌쩍 넘는 신축 단지에 청약하려면 최소 9억 원 가까운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68만 원이다.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5억7,800만 원. 이번 대출 규제로 6억 원을 꽉 채워 대출받아도 현금 9억7,800만 원이 필요하다. 전용면적 59㎡도 평균 분양가가 11억7,660만 원으로, 5억7,660만 원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하반기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22개 단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6월 28일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단지에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지만, 이후 공고 단지는 중도금부터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 잠실 르엘,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등 주요 단지들이 모두 영향권에 들어간다.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의 청약 경쟁률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현금 부자'만 청약 문턱을 넘을 수 있어, 실수요자와 젊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좁아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연합뉴스에 "청약 관심도와 참여도가 떨어지고 경쟁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잔금을 못 치르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남권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은 현금 여력이 충분하거나 6억 원만 대출받아도 감당이 가능한 수요가 상당하다"며 "신축 아파트 희소성으로 청약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을 통한 잔금 충당도 막혔다. 전세대출이 원천 차단되면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직접 마련하지 못하면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7월 입주하는 성동구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11월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12월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도 영향을 받는다.
이번 규제로 서울 아파트 74%가 대출 감소 타격을 입게 됐다. 171만7,384가구 중 127만6,257가구가 영향권에 들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
건설사들도 분양 일정을 조정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24개 단지, 2만888가구 중 2곳만 규제에서 벗어났다. '로또 분양'으로 불렸던 단지들도 대출 규제로 경쟁률 하락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