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의 12일간 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된 뒤에도 이란 사회는 평온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란 당국은 체제 결속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 숙청과 표적 단속, 간첩 혐의 처벌에 나서며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13일 공습 직후부터 이란 보안당국은 전국적으로 검문소를 확대하고, 군·준군사조직을 동원해 거리 순찰과 대규모 검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쿠르드 등 소수민족 거주 지역과 반체제 인사, 야당 인사, 이주민 집단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컴퓨터 등 개인기기 검열, 주택 수색, 심지어 이웃끼리 서로 감시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전쟁 이후 12일 만에 700명 이상이 이스라엘 협력 혐의 등으로 체포됐고, 간첩죄 등으로 최소 6명이 처형됐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주간 1천명 이상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쿠르드·아제리 등 소수민족과 아프간 이주민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란 정부는 이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연계돼 주요 군사·핵시설 공격을 도왔다는 입장이지만, 인권단체들은 강제 자백, 신속 재판, 변호권 침해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지적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주민들에게 '이웃의 수상한 행동'을 감시하라고 요구하고, 군경은 거리에서 무작위로 시민을 검문·체포하고 있다. 테헤란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인터넷 제한, 언론 통제, 정치범·인권운동가의 구금·이동 등도 강화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반정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이란인들의 상황은 전쟁 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서는 정치범들이 알 수 없는 곳으로 집단 이송되는 등 실종·고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