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그가 생전 한국을 각별하게 아낀 사실이 조명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 중 절반을 그가 임명했고 파격 인사로 애정을 나타냈다.
또한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해 교황의 4번째 방한을 약속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과도 소통을 거듭하며 한반도 평화나 남북 관계에도 큰 관심을 쏟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4∼18일 4박 5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그가 즉위 후 세 번째 외국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첫 방문지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시절 약속된 브라질(2013년)이었고 이듬해 3월 요르단·팔레스타인·이스라엘 순방이 두 번째 외국행이었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처음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에 앞서 윤지충(1759∼1791) 바오로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뤄진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세 번째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중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꽃동네 장애인 등 고통받거나 소외된 이들과 마주하며 한국 사회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고 고급 방탄차 대신 준중형 자동차를 이용하는 검소하고 소탈한 행보로 감동을 안겼다.
교황은 2025년 봄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해 큰 피해가 발생하자 위로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선에도 한국에 대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인 추기경은 그간 4명이 배출됐다. 이 가운데 염수정(82) 안드레아 추기경(2014년 서임)과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2022년 서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 4명 중 2명을 그가 임명한 것이다.
특히 유흥식 추기경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주교였던 그를 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했다.
일반적으로 교황청의 각부 장관은 추기경이 맡는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였다. 이는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인 교황청 장관에 한국인이 임명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한 측근으로 꼽힌다. 2023년 9월 가톨릭 성지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 한국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성상이 세워졌다.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이는 유 추기경의 의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결합한 결실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차기(2027년)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한 것에서도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은 필리핀(1995년)에 이어 WYD를 개최하는 두 번째 아시아 국가로 선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한국 대통령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했다.
그는 2014년 8월 방한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공항 영접을 받았고 이어 청와대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2개월 후 박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하면서 방한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교황과의 재회가 이뤄졌다.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과 2021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바티칸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청은 문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과 55분간 면담했다. 결과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2018년과 2021년 만남에서 교황은 방북 의지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적극 권유하고 지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접 만남은 없었으나 간접 소통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9월 한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일을 약 3개월 앞두고 "한국과 교황청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다져온 우호 협력 관계가 더욱 심화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담은 친서를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