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를 유발하면서 우리 환율은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진정됐습니다. 하지만, 달러가 10% 내릴 동안 원화는 고작 3% 오르는 데 그치며 원화 저평가 현상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다가오는 목요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예원 기자, 환율이 내렸어도 금리 동결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시장에서는 경기 부진 우려에도 트럼프 발(發) 환율 불안에 한은이 금리 인하 ‘숨 고르기’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지난주까지 견고했던 동결 전망을 다소 헷갈리게 만드는 건, 레벨을 크게 낮춘 환율입니다.
지난주 1,500원 선에 가깝게 치솟았던 환율은 최근 1,42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6일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직전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2월 금통위 당시 환율이 1,430원 안팎이었던 만큼, 현재 환율 레벨 자체는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환율의 레벨보다는 변동성입니다.
2월 금통위 전후엔 한 자릿수 변동성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4월엔 일간 변동폭이 20~30원대에 달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져 왔죠.
트럼프의 ‘입’에 환율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현 상황에선, 서둘러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환율은 아직 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죠.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또 하나, 한은이 우려하는 건 가계부채 재확대 가능성입니다.
2월 토지거래허가제 ‘반짝’ 해제 여파가 시차를 두고 가계 대출에 반영될 여지가 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내리면 대출 증가에 불을 지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대표적인 이유가 관세였는데, 이번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의지가 다소 후퇴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경기 하방 위험이 다소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습니다.
당장 10% 보편 관세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수출 성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건설과 소비 부문 침체도 지속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은 격화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 외 국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선 다소 완화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죠.
한은이 2월 경제전망 때 전제했던 것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평가할지가 관건인데요.
당초 한은은 관세 정책의 영향을 비관적으로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9% → 1.5%)를 큰 폭으로 낮춘 바 있습니다.
미·중 간 보복 관세 조치와 상호 관세 90일 유예 등 현 상황을 2월 전제와 비교해 어떻게 평가할지, 이창용 총재의 시각이 달라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도 새로운 고려 요소로 떠오릅니다. 대선 전엔 총 두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죠.
경기 하방 위험을 낮추기 위해 상반기 중 추가로 금리를 내린다면, 5월보단 4월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제기되는데요.
독립적인 기관인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양 진영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어할 것이란 점에서, 대선 직전에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관측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행에서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김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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