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90일간 유예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미국의 관세정책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환율시장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7.7원 급락한 1456.4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전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예고대로 시행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104%로 올려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1484원까지 치솟은 지 하루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미국에 대해 보복하지 않고 협력하겠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겠다고 말하는 나라가 아주 많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개장한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큰 폭의 반등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와 대만 자취엔 지수는 9%대 급등했다. 다만 관세폭탄을 여전히 안고 있는 중국의 본토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 상승폭은 1~2%에 그쳤다.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6.6%, 5.9% 급등 마감했고,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0거래일만에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3,326억 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환율 안정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관세철회가 아닌 유예 정도를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더 높였고 중국 역시 위안화를 절하하며 맞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는 위안화와 강한 동조를 보이는 자산인 만큼 다시 1470~1480원대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이 관세부과를 90일 이후에 하겠다는 자체도 불확실한 측면이 많은 것 같지만 일단 유예를 받은 국가들에게는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일부 완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 시기를 돌이켜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 연구위원은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한 후 2018년 3월에 1차 관세를 부과했고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른 시점이 2019년 12월로,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그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1200원대로 급등하는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무릎 꿇리기 위해 미국 경제 악화를 일부 감내하고도 쉽게 합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악재들에 의한 변동성 확대를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 1500원선도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