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가계의 빚(부채)은 경제 규모(GDP)를 고려할 때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캐나다(100.6%)가 유일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약 4년간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의 불명예를 유지했다.
하지만 작년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 개편 등으로 2023년 말 비율이 93.6%로 크게 하향조정되면서 순위가 2위로 내려왔다. 지난해엔 2∼3분기 가계대출 급증세가 4분기에 진정되면서 비율이 91%대까지 낮아졌다.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1.9%포인트(p) 떨어졌는데 이는 38개국 중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다만 전체 신흥시장 평균(46.0%)이나 아시아 신흥시장 평균(57.4%)은 물론 세계 평균(60.3%)을 여전히 크게 웃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1일 발표한 최신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최상위권이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7%로, 세계 4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5위였다. 역시 신흥시장 평균(49.1%)이나 주요 20개국(G20) 평균(61.2%), 조사 국가 평균(61.9%)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말 99.2%로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하는 추세지만, 국제 순위는 2023년 3분기 말 6위에서 같은 해 4분기 말(93.6%) 5위로 오히려 상승한 뒤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물가와 성장 등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진다. 물가 등이 빠르게 올라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가계 이자 부담 급증과 대출 부실 우려에 머뭇거리게 된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1천672조원)은 1월보다 4조3천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10개월 만에 9천억원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늘었다. 기준·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작년 말까지 가계대출을 조여온 은행권이 연초 각종 대출 규제를 풀었고, 이사 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증가 속도가 더뎌졌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고 거래도 늘어나면서 2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영향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