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았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보조금 리스크 하나는 해결됐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전체 투자 규모는 줄이지만 2나노 초미세 공정에서의 경쟁력 만큼은 확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삼성전자 전체 보조금 액수는 줄었지만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죠?
<기자> 네. 미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47억 4,500만 달러, 우리돈 약 6조 9천억 원의 보조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4월 예비협약에서 발표한 64억 달러에 미치지는 못 한 금액인데요. 삼성전자 미국 전체 투자 규모가 당초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줄어든 영향입니다.
그럼에도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삼성전자가 12.7%로 인텔(8.7%), TSMC(10.3%), 마이크론(12.3%) 보다 높습니다. 이는 TSMC가 보조금과 함께 50억 달러의 저리 대출을 지원받는 등 미국 정부와 각 회사의 계약 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직접 보조금 이외에 대출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앵커> 보조금 지급에도 마냥 기쁠 수가 없는 게 올해 가동하기로 했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도 연기된 상태잖아요. 파운드리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 첫 상용화에 나섰지만 빅테크 수주에 실패했죠.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주물량이 넘쳐야 증설 효과가 있는데, 지금 삼성 파운드리는 연간 누적적자가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경쟁력 복원이 최우선인 삼성 입장에선 파운드리에선 다소 힘을 빼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시작하는 테일러 공장서 최선단 공정에 힘을 쏟습니다. 당초 4나노에 집중하려는 전략을 수정해 내년 상용화가 전망되는 2나노에 힘을 더 싣는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에서 빅테크 수주에 총력을 다한다는 전략입니다.
<앵커> 삼성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 2세대 3나노도 수율 문제를 겪고 있잖아요.
<기자> 네. 단편적인 예가 모바일 AP 엑시노스 2500입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2세대 3나노 공정을 썼는데, 수율 난한을 겪으면서 결국 내년 1월 공개하는 갤럭시S25에는 전량 퀄컵 칩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엑시노스 2500은 내년 하반기 출시되는 신형 폴더블 일부 제품에나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2세대 3나노 수율은 20%대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3나노 경쟁력 약화로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여기에 중국 파운드리의 약진도 삼성을 위협합니다. 결국 파운드리 생존은 다시 한 번 미래경쟁력을 담보하는 2나노에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인 한진만 사장은 얼마 전 임직원들을 향해 2나노 공정 생산능력 확대와 수율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TSMC의 2나노 고객사가 벌써 줄을 지었다는데, 경쟁 우위를 담보하긴 쉽지 않은 상황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TSMC는 벌써 애플과 엔비디아 등 2나노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나노 수율도 60%대로 양산 전임에도 꽤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4나노부터 3나노까지 빅테크 수주가 이어진 탓에 TSMC의 경쟁 우위를 막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최선단 공정 경쟁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는 비단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내년 하반기 양산이 시작되는 SK하이닉스의 HBM4에는 TSMC의 최선단 공정이 활용돼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됩니다. HBM 고객사 확보가 최우선인 삼성 입장에선 선단공정 경쟁력을 올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겁니다.
구글과 메타, 애플과 브로드컴 등 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수요를 줄이기 위해 자체칩 개발에 한창이잖아요. 이들 AI 칩들은 HBM3부터 수요를 키워 시간이 지남에 따라 HBM4 이상의 메모리를 요구하게 됩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삼성과의 협업을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삼성은 자체 선당공정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이 가장 크게 내세우고 있는 제조 경쟁력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이 모두 가능한 턴키방식이잖아요. 사활을 걸고 최선단공정 경쟁력 우위를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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