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밸류업' 계획을 통해 제시한 주주환원율 목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기적으로 주주환원 강화에 치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2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밸류업 계획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금융연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은행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5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국 은행의 평균 주주환원율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일본 은행들은 4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목표로 제시한다. 미국(69%), 이탈리아(71.5%)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은행들의 목표치도 평균 20~30% 수준이다.
이에 금융연은 국내 은행은 기존 주주환원율 목표가 다소 낙관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는지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서 금융연은 "특히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과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더 유연하고 전략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통주 자본 비율이 오르면, 주주환원율을 기계적으로 높이는 데서 벗어나 주주환원 정책의 배경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밸류업 계획 이행 상황을 분기 혹은 반기별로 재공시하고, 주가가 부진할 때는 신속히 대응 방안을 공개하는 정책 등이 예시다.
이밖에 "은행들이 주주 관점뿐 아니라 금융 중개의 안정성, 효율성, 혁신성 등에 대한 기여 방안을 고민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에 대한 추진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은행권의 밸류업 정책 이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환산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주주환원을 뒷받침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는 경우, CET1은 평균 0.01%~0.03%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내년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