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의 불안까지 이어지며 분양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약 경쟁력이 있는 경우 특별공급을 활용하고, 분양가 상한제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수 입지의 저평가 매물을 찾는 것도 현명한 내 집 마련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 사상 최고치 경신한 서울 분양가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3.3㎡)당 평균 분양가는 4,720만7천원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분양가가 다시 한 번 신기록을 경신한 데에는 강남3구 등 주요 상급지의 고가 아파트가 새로 공급된 영향이 컸다.
포제스한강(평당 분양가 1억3,770만원)을 비롯해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6,893만원), 잠원동 메이플자이(6,705만원), 방배동 디에이치방배(6,490만원) 등이 신규 분양되며 평균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 '국평'이 최소 6억…오름세 이어진다
하지만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도 분양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3.3㎡당 평균 분양가는 2,13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1,846만원) 대비 15.5%(287만원) 상승한 수치다.
특히 부산 2,490만원, 울산 2,166만원, 대전 2,089만원, 인천 2,031만원, 광주 2,041만원 등 대부분의 광역시도 평당 분양가가 2천만원을 넘어섰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국민평형'에 살기 위해선 6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급등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인한 원자재값 불안에 더해 인건비 인상 등이 공사비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불안도 전반적인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내년부터 가시화할 공급 절벽 역시 새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심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많다.
● "최선은 청약…가점 여부 잘 판단해야"
전문가들은 청약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내 집 마련 전략을 다르게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가점 경쟁력이 있는 경우 신규 분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공 분양 아파트 등을 통한 매입이 가능하도록 청약 가점을 관리하는 한편 지역별 경쟁률을 분석, 각자에게 유리한 공략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자금이 충분하다면 여전히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강남 3구나 용산구 내 단지의 청약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거주와 자산 증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일반 분양뿐만이 아닌 특별공급을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윤희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특공 중에서도 신생아특공은 '치트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최근 결혼 출산 자녀에 대한 증여 공제가 확대된 만큼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 "결국은 인기 지역…저평가 매물 살펴야"
청약을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곳 혹은 수요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라는 제언이다. 신축이 드물더라도 인프라가 안정돼 있거나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정주여건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지역에서는 '아직 덜 오른 단지'나 '비(非)로열 동·호수'를 공략하라는 조언이다. 동일 생활권에 진입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 주택 금융 지원 제도를 활용해 금리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구축 저가 매물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유했다.
김윤희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수요가 높은 지역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비선호지역으로 이탈하는 방법을 취하면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양극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이기 때문에 역선택을 해버릴 경우 부동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에셋파킹(asset parking)' 기능을 결코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